[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온 나라가 슬픔에 빠진 세월호 침몰사고 등 국가적 재난이 유독 많이 발생한 2014년 올해, 인터넷을 달군 유행어 역시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대부분 부정적 상황에 관계된 말들이었다.

자국 비하의미를 담아 자조, 반어적으로 사용하는 ‘센송’ ‘똥송’이란 신조어가 한 포털사이트 내 설문조사에서 올해 최고 유행어로 선정됐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온국민이 슬픔에 빠졌을 때 뜬금 없이 정몽준 의원의 자녀가 페이스북에 남긴 글에서 비롯된 ‘미개’란 단어가 이 설문조사 2위에 올랐고, 지역 비하 발언을 비꼬면서 비롯된 ‘이분 최소…’, 가격에 비해 부실한 음식을 뜻하는 ‘창렬 푸드’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건전 보수를 표방하는 대형 커뮤니티 포털사이트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comㆍ대표 김유식)’는 지난 12월 2일부터 9일까지 자사 사이트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2014년을 달군 최고의 유행어는?’이라는 주제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이같이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센송’ ‘창렬’ ‘이분 최소…’ 부정적 유행어가 1,2위

이번 조사에서 총 3만2289표 중 1만7560표(54.4%)를 얻어 1위에 오른 유행어는 ‘센송’이었다. 이는 한국인을 비하하며 칭할 때 일본 우익들이 주로 사용하는 ‘조센징(조선인)’에 ‘죄송’을 합성한 말이다. 뜻은 ‘조센징이라서 죄송합니다’로, 한국 네티즌 스스로 자조적으로 자국에 대한 열등의식을 토로할 때나, 또는 이런 열등의식을 지닌 이들을 비꼬며 반어법적으로 쓰인다.

이 유행어는 한국인이 외국에서 사건을 일으켜 물의를 빚거나 일본의 좋은 점을 보여주는 게시물 등의 댓글에서 자주 발견되고 있다. ‘동양인이라서 죄송합니다’라는 의미의 ‘똥송’도 이 단어에서 유래됐다.

다만, ‘센송’ ‘똥송’ 등의 유행어에 전혀 알지 못한다는 의견을 내는 일반 네티즌이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폭넓게 사용된 유행어라기보다는 연령 및 성향별로 일부 계층에서만 집중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추측된다.

2위는 1만3976표(43.3%)를 얻은 ‘미개’란 유행어였다. 이 말 역시 부정적 상황에서 유래된 말이다. 올 4월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해 정몽준 의원의 막내아들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 정서 자체가 굉장히 미개한데…’라며 온 국민이 슬퍼하는 상황에 부적합한 말을 남기면서 정 의원이 대국민사과까지 해야 했다. 그런데 이후 이후 낮은 시민의식과 군 부대 내 가혹행위 등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면서 ‘미개’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유행어가 됐다.

최고 유행어 3위에는 171표(0.5%)로 ‘이분 최소’가 뽑혔다. 2013년 한 네티즌이 지역 비하 글에 비꼬며 비난하는 의미로 ‘이분 최소 배우신 분’이라는 댓글을 달면서 유행이 시작됐다. 그리고 2014년, 많은 네티즌이 이를 활용해 자신의 심기를 거스르는 글 아래 ‘이분 최소 XX하신 분’이라는 댓글을 달면서 ‘이분 최소’는 인터넷으로 퍼져나갔다.

이 외에 가격에 비해 부실한 제품을 뜻하는 ‘창렬푸드’, 공공장소에서 보면 난감한 게시물을 봤을 때 쓰는 ‘퍄(오우야->ㅗㅜㅑ->퍄), 배우 김보성의 유행어 ’의리‘ 등이 유행어 순위의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