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빗길에서 속도 줄였어야” VS 피고인들 “예견 불가했다”

법원, 피고인 손 들어줘…“사고, 사망 간 인과관계 증명 안 돼”

무단 횡단 20대, 세 차례 차에 치여 숨져…운전자는 ‘무죄’?
[연합]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무단횡단 보행자를 잇달아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 3명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춘천지법 형사1부(김청미 부장판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상 혐의로 기소된 A(61)씨와 치사 혐의로 기소된 B(57)씨와 C(26)씨에게 원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20년 7월 1일 오전 1시께 왕복 6차로인 도로에서 약 81km로 승용차를 몰다가 도로를 무단횡단하던 D(27)씨를 치어 넘어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도로는 제한속도가 시속 60km였다.

뒤이어 승용차를 몰고 달리던 B씨는 1차 사고로 인해 도로에 앉아있던 D씨를 뒤늦게 발견해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뒤따라 운전 중이던 C씨도 도로에 누워있던 D씨를 들이받아 약 90m를 끌고 이동한 과실로 D씨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당시 비가 내려 도로가 젖어 있었으므로 피고인들이 속도를 낮춰 사고를 미리 방지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혐의가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피고인들은 교통사고를 예견하거나 회피할 수 없었고 사고와 사망 간 타당한 인과관계가 없다는 논리로 반박해왔다.

하지만 법원은 운전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운전자들이 교통사고의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다거나 회피할 수 있었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판단이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A씨의 경우 과속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제한속도를 지켰더라도 교통사고를 예견 또는 회피할 수 없었다고 판단했다. B씨와 C씨의 혐의에는 일반적으로 도로에 사람이 앉아있거나 누워있는 경우가 흔하지 않다고 봤다. 만약 2차·3차 교통사고에 관한 과실이 존재하더라도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타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도 해석했다.

검찰은 무죄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바뀌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기록을 다시 자세히 살펴보더라도 피고인들의 과실과 사고 발생 사이에 타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