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완화에 보복소비 ↑…부유층 해외 이주도 가세
증시 끌어올린 기대감…중국發 물가상승에 막히나
KB證 “원자재 가격 상승 미미, 인플레 영향 적어”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연초 전세계 증시 상승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전환 기대에 기반하고 있다. 이런 데에는 물가 상승률이 점차 둔화되고 있기 때문에 연준이 이에 맞춰 금리인상을 중단할 것이라는 전망이 배후에 있다.
그러나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해제하면서 그동안 쌓인 천문학적 규모의 유동성이 전세계에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중국 가계의 초과 저축분만 900조원에 달하는데, 해외 여행 등으로 이 돈이 세계 각국이 뿌려질 경우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이는 다시 통화긴축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시장 참여자들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7일 현재 올 들어 코스피는 11.07%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도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 연말 1260원선에서 1230원대까지 하락했다. 이러한 코스피 상승세와 원화 강세를 이끈 것은 시장의 낙관이다. 시장은 연준이 다음 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 폭을 0.25%포인트로 낮추고 하반기 중 금리 인하로 전환할 것으로 크게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리오프닝(경제재개)으로 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해 물가 상승이 이어질 수 있단 우려도 속속 나온다. 물가 상승률 둔화가 연준 ‘피봇’의 주요 조건인 만큼 긴축 기조가 기대와 달리 오래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의 지난 21일자 뉴스레터에 따르면 노무라증권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중국 가계의 초과 저축이 7200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원화 기준 약 891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쌓인 저축액이 방역 정책 완화로 시장에 풀리고 중국 중앙은행의 금융 완화와 시기적으로 겹칠 경우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심화할 수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20일 다보스포럼에서 강력한 수요는 환영할 일이나 중국의 경제 생활 정상화는 “우리 중 많은 이들에게 인플레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중국의 해외여행 제한 조치가 풀리면서 1500억달러(약 185조원)가 전 세계에 풀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세운 ‘공동 부유’에 위협을 느낀 부유층이 해외 이주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알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는 코로나19 대유행 전에도 해외로 나간 중국인들로 인한 자금 유출이 연간 1500억달러에 달했으며 올해는 그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정보분석 업체 ‘뉴 월드 웰스’는 지난해 해외로 이주한 중국 부유층이 1만800명으로 2019년 이후 가장 많았다면서 중국 부유층의 해외 이주가 이미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부유층의 해외 이주가 아니더라도 지난 3년간 억제됐던 중국인들의 해외여행이 올해 다시 시작되면 해외여행 비용만으로도 수백억달러가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즈우 홍콩대학 석좌교수는 중국인들의 해외여행으로 인한 올해 자금 유출 규모가 1000억∼2000억달러(약 123조∼246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중국 리오프닝 영향이 예상 외로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여행 등 일부 산업에서는 중국의 봉쇄 해제가 수요 증가로 이어지는 효과가 뚜렷할 것으로 보이며 항공유 등의 가격 상승이 나타날 가능성도 다분하다”면서도 “전체 리오프닝 규모와 재고를 고려할 때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경로를 뒤바꿀 정도의 원자재 가격 상승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