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정은·김광우 기자]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이자이익만 40조원을 벌어들이면서 배당성향 확대 등 역대급 주주환원책을 내놓고 있다. 그야말로 곳간에서 인심 난 셈이다. 하지만 건전성 가늠자가 되는 4대 지주의 연체율 또한 일제히 높아진 점은 부담으로 남아있다. 고금리 상황으로 차주의 건전성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사들의 리스크 관리가 올해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자이익만 40조, 역대급 실적 터졌다…주주에 배당 잔치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은 지난 한해 15조8506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1년 전에 비해 8.9%가 늘어난 수치다. 최근 이어진 금리인상으로 예대마진이 확대되면서 실적을 끌어올렸다. 특히 이자이익은 39조6735억원으로 같은 기간 14.3%가 뛰었다.
역대급 실적을 쓴 덕에 금융지주들은 이를 토대로 각종 주주환원책도 쏟아낸 상태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배당에 대해 사회적 책임, 자본건전성 유지를 전제로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배당을 늘릴 명분이 생긴 것이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실적 자체가 워낙 좋은데다 건전성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배당여력이 생긴 것”이라며 “주가 저평가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배당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B금융의 경우 올해도 분기 배당을 정례화하고, 배당성향 26%와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합해 총주주환원율을 33%로 높이는 방안을 발표했다. 신한금융 또한 결산 배당금을 865원(연간 2065원·배당성향 23.5%)으로 정하고, 자사주 1500억원어치를 매입·소각해 총주주환원율을 3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하나금융은 자사주 1500억원어치를 매입·소각해 총주주환원율을 27%로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우리금융도 총주주환원율을 30%로 올리겠다는 목표치를 내놨다.
은행·카드 연체율 증가세…“올해는 건전성 관리가 관건”
금융지주들은 호실적, 양호한 건전성을 자신하지만 마냥 마음을 놓고있기는 어렵다. 4대 금융그룹의 은행 및 카드연체율이 일제히 오른 탓이다. 은행 연체율을 보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0.19%에서 0.22%로 올랐고, 하나금융 또한 0.16%에서 0.2%까지 뛰었다. 4대은행 중 가장 낮은 연체율을 보였던 KB국민은행 또한 1년새 0.04%포인트(p) 오른 0.16%을 기록했다.
서민들의 생활과 더욱 밀접한 카드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우리카드의 연체율은 0.66%에서 1.21%로 뛴 것을 포함해 카드 연체율이 일제히 1% 안팎까지 치솟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간 정부의 정책지원에 가려졌던 연체율 상승의 검은 그림자가 하나둘 드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최근 고금리 상황까지 겹쳐지면서 당분간 연체율 추이가 꺾이긴 어렵다는게 중론이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카드연체율의 경우 현금 서비스 관련부분은 일부 자연 증분이 생길 수 밖에 없다”며 “아직 우려되는 정도가 아니라고 파악은 하지만, 금리상황이나 여러가지 환경을 종합해봤을 때 올해에도 연체율 수치는 지속적으로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금융사들의 최대 과제는 건전성 관리가 될 전망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해 실적을 견인한 이자이익의 경우 고금리에 따라 증가 속도가 둔화될 것”이라며 “올해는 연체율과 같은 안정적인 건전성 관리 측면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소상공인 만기연장·상환유예 정책으로 인한 연체율 착시, 경기 둔화에 따른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 상승 등 우려되는 부분을 얼마나 철저하게 관리할 수 있는지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