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연대’로 지지율 급상승...일찌감치 ‘윤심 후보’ 이미지 굳혀
나경원 견제 때는 친윤계가 엄호...이진복 발언으로 안철수 견제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이변은 없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당선인은 8일 치러진 전당대회 결선에서 상대주자를 두 배 이상 격차로 따돌리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다만 ‘친윤계’를 등에 업고 상대 주자들을 제압해 온 김 당선인의 행보가 차기 당대표로서 풀어야 할 숙제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장제원’이 띄우고 ‘나경원’이 굴린 김기현의 존재감
지난해 말까지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던 김 당선인이 ‘대세 주자’로 자리매김한 데에는 장제원 의원의 도움이 컸다. ‘윤핵관’ 핵심인 장 의원은 김 당선인과 ‘김장연대’를 맺으며 그를 전폭 지지했고, 김 당선인의 지지율은 20% 중반으로 상승했다.
그럼에도 지난 1월까지 ‘당심’은 나경원 전 의원에게 있었다. 원외인 나 전 의원의 지지율이 여론조사에서 매번 선두를 기록하자, 이번에는 친윤계 의원들이 나섰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외교부 기후환경대사를 겸임하던 나 전 의원이 ‘저출생 대책’을 놓고 대통령실과 각을 세우자 장 의원은 나 전 의원을 ‘반윤의 우두머리’라고 표현했다. 김정재 의원은 나 전 의원을 향해 ‘이준석, 유승민의 길을 가려고 한다’고 비판했고 이철규 의원은 나 전 의원을 개인적으로 만나 전당대회 불출마를 설득했다. 당 초선의원 50명은 친윤계 주도로 나 전 의원을 압박하는 ‘연판장’을 돌리며 공개 압박하기도 했다. 결국 나 전 의원은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마지막 관문’ 안철수도 제압…이진복 “아무말 안하면 아무일 안일어나”
친윤계 교통정리가 마무리 될 무렵, 안철수 후보가 ‘변수’로 떠올랐다. 과도한 ‘나경원 때리기’에 안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며 새로운 1위로 부상한 것이다. 안 후보는 대통령직인수위원장 경력을 내세우며 자신이 ‘윤힘후보(윤석열 대통령에게 힘이 되는 후보)’라고 소개했고, ‘윤안연대’를 통해 총선에서 승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를 주저앉힌 것은 대통령실이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기자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안 후보를 겨냥했고, 대통령실 또한 ‘대통령을 전당대회에 개입시키지 말라’는 취지의 입장을 내놓으며 안 의원을 비판했다. 안 후보는 결국 침묵했고, 이는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선거 막판에 안 의원은 대통령실의 직접적인 전당대회 개입 정황까지 드러나자 ‘공격 태세’로 전환했지만, 판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통령실 행정관이 단체 채팅방에 들어가 김 후보 선거운동을 지시했다는 내용이 보도되자 안 후보는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공수처에 고발조치했고, 황교안 후보와 막판 연대해 김 당선인의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하지만 전당대회 투표가 마무리된 상황이라, 안 의원의 반격은 ‘한방’이 되지 못했다. 안 의원은 전당대회 결과 발표 후 “당에 들어온 지 얼마되지 않은 저를 끝까지 지지해주신 당원들께 정말로 감사드린다. 더 노력하겠다. 전당대회는 끝났다. 당의 화합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패배 소감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밝혔다.
김 당선인의 남은 과제는 ‘연포탕 정치 실현’이다. ‘연포탕’은 김 당선인이 직접 지은 선거 캠페인 슬로건으로 ‘연대, 포용, 탕평’을 뜻한다. 김 당선인은 당선 소감 발표에서 연포탕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수락연설에서 “안철수, 황교안, 천하람 후보님과 같은 뛰어난 우리 지도자를 잘 모시고 연대와 포용과 탕평의 ‘연포탕’, 대통합된 국민의힘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김 당선인이 집권하면 친윤계의 입지가 더 넓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대다수다. 김 당선인은 이날 전당대회 후 기자회견에서 ‘친윤계 의원들이 당직에 인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는 질문에 “그동안 구체적으로 구상한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당선인은 다만 “연포탕이라고 하는 기본적인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고, 인물 등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실력과 일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