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전기차 유럽 누적 판매 50만대

현대차, 1분기 글로벌 수소차 점유율 54.6%

업계, 토요타 '전기차 목표 과도' 지적과 대비

현대차도 토요타도 “전기차에 대규모 투자”…엇갈리는 기대감, 왜? [비즈360]
현대차·기아가 전기차 판매 호조세에 힘입어 유럽 시장 진출 9년 만에 누적 판매 50만대를 돌파했다. [현대차 제공]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현대자동차·기아와 일본 토요타가 수소차와 전기차를 비롯한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에서 확연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기아가 순수 전기차 개발에 속도를 내며 주요 시장에서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토요타는 여전히 하이브리드 모델에 치중하며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22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미국과 유럽, 인도 등 ‘빅마켓’에서 전기차 판매 호조세에 힘입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 2014년 4월 기아 전기차 ‘쏘울 EV’로 유럽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9년 만에 누적 판매 50만대를 돌파했다.

특히 전기차 판매량 상승세가 가팔랐다. 양사는 2018년 현지에서 ‘코나 일렉트릭’과 ‘니로 EV’를 각각 출시하며 2만337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후 2019년에는 4만3455대를 판매하며 판매량을 두 배 이상 늘렸다. 차종별 누적 판매량에서도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이 16만2712대, 기아 니로EV가 13만8610대 등 전기차 모델이 나란히 1, 2위에 올랐다.

현대차도 토요타도 “전기차에 대규모 투자”…엇갈리는 기대감, 왜? [비즈360]
기아 순수 전기차 'EV6'는 지난해 3월 한국 브랜드 사상 처음으로 ‘유럽 올해의 차’에 등극했다. [기아 제공]

여기에 지난 2021년 출시한 현대차 ‘아이오닉 5(2022 독일 올해의 차·2022 영국 올해의 차)’와 기아 ‘EV6(유럽 올해의 차)’ 등 순수 전기차가 잇달아 제품 경쟁력을 입증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현대차·기아는 세계 3위 완성차 시장으로 성장한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서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빠른 속도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1~4월 인도 판매량은 29만5359대로 전년 동기 대비 15.5% 늘었다.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내수 판매량 역시 같은 기간 1만2672대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59.5%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한발 늦게 전동화 전환에 나선 토요타의 존재감은 미약하다. 현대차·기아가 올해 1분기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11만9000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테슬라(28만6000대)와 폭스바겐그룹(15만3000대)에 이어 3위에 오른 반면, 토요타는 ‘톱20’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수소차 시장에서도 현대차와 토요타의 격차는 뚜렷하다. 에너지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1분기 전 세계에서 전년 대비 19.8% 늘어난 2042대를 판매, 전체 수소차 시장에서 54.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반면, 토요타는 전년 대비 32.6% 줄어든 902대를 판매했다. 점유율 역시 같은 기간 37.4%에서 24.1%로 뒷걸음질 쳤다.

현대차도 토요타도 “전기차에 대규모 투자”…엇갈리는 기대감, 왜? [비즈360]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가운데)과 함께 지난해 3월 인도네시아 브카시시 델타마스 공단 내 위치한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이뤄진 준공식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현대차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 차량에 서명을 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현대차·기아, 토요타는 최근 나란히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분야에서 수십조원 규모에 이르는 중장기 투자계획을 내놨다. 현대차·기아는 현대모비스와 함께 오는 2030년까지 국내에서만 24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차 생산량 목표치는 364만대, 전체 라인업은 31종까지 확대해 글로벌 ‘톱3’ 진입에 성공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현대차·기아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기존 빅마켓 외에도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에서 전기차 분야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최근 인도 타밀나두주와 올해부터 10년간 약 3조24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골자로 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아울러 제너럴모터스(GM)의 탈레가온 공장 인수도 추진 중이다. 현대차는 전기차 생산시설과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 현지 생산 대수를 100만대가량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현대차는 지난해 3월 인도네시아에 25만 대 규모의 연간 생산 능력을 갖춘 대규모 생산 기지를 세우고 아이오닉 5 양산을 시작했다. 현대차는 전용 전기차 생산을 통해 토요타 등 일본 업체들이 70% 이상 점유한 아세안 주요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현대차도 토요타도 “전기차에 대규모 투자”…엇갈리는 기대감, 왜? [비즈360]
사토 고지 토요타자동차 사장(사진)은 지난달 열린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2026년까지 10개의 전기차 신모델을 투입하고, 연간 판매 대수를 150만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토요타 제공]

정의선 회장은 인도네시아 공장 준공식 당시 “인도네시아는 현대차 미래 모빌리티 전략의 핵심 거점”이라며 “신규 공장이 인도네시아 미래 산업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게 될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요타 역시 2030년까지 전기차 부문에 48조원을 투자해 오는 2026년까지 연간 150만대, 2030년 350만대 판매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업계의 시선은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연간 전기차 판매량 3만대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목표치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케이신문은 최근 토요타가 제시한 전기차 전략과 관련해 “전기차 판매량을 4년간 60배 이상 늘리겠다는 토요타의 구상을 두고 시장에서는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토요타가 하이브리드 개발에 집중하는 사이 현대차·기아는 아이오닉 5와 EV6 등 순수 전용 전기차 개발은 물론 충전 인프라 분야에서도 적극 투자에 나서며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냈다”며 “내연기관을 포함한 전체 차량 판매량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현대차·기아가 전기차와 수소차 분야에서 격차를 벌리고 있는 만큼 양사 간 판매량 간극은 갈수록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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