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미역이 없으면 지구가 위험하다?”
말 그대로다. 미역, 김, 다시마 등 해조류에 전 세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먹거리 차원이 아니다. 바로 기후위기 대책 때문이다. 알고보면 정말 놀라운 해조류의 비밀이다.
유럽연합(EU)이 지난달 발간한 ‘2023 EU 블루 이코노미 보고서’는 “올해 해양바이오기술(Blue Biotechnology) 분야는 주로 해조류 생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매년 이 보고서는 해양바이오기술 분야에서 해양 유기체와 자원 및 관련 산업 등을 다루는데, 올해는 해조류의 중요성을 집중 조명한다는 의미다.
해조류를 향한 전 세계 관심이 커진 이유는 명확하다. 경제성 외에도 환경에 기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는 “해조류는 유럽연합에 이익을 가져다 줄 가능성이 높고, 특히 쓰레기 순환성을 관리하고 기존의 농업, 양식 및 어업으로 인한 환경 압력을 완화한다”고 덧붙였다.
중요한 건 해조류 생산량. 이 대목에선 한국이 자긍심을 가질 만 하다. 이 보고서는 “해조류 관련 기업 중 30%가 유럽에 있음에도 실제 생산량은 1%도 채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세계 수산 양식 현황(2018년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해조류 양식 생산량은 171만500t으로 세계 3위다. 1위는 중국, 2위는 인도네시아, 5위는 북한이 차지하는 등 해조류 생산은 아시아 지역에 몰려 있다.
해조류는 효과적인 탄소흡수원이다. 연간 ㏊당 3.37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육상의 열대우림 등보다 흡수량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역이나 김, 다시마 등 양식장이 좋은 먹거리이자 생계 수단일 뿐 아니라 지구를 살리는 데도 도움을 주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정확한 탄소 흡수율이나 저장 능력에 대한 연구가 부족해 해조류는 국제적으로 해양 탄소흡수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3대 해양 탄소흡수원(블루카본)은 염습지, 맹그로브숲과 바다숲인데, 바다숲은 해조류가 아니라 해초류로 구성돼 있다.
해조류는 뿌리와 잎, 줄기 등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바다에 서식하는 모든 광합성 생물을 가리킨다. 해초류는 뿌리, 잎, 줄기가 명확히 구분될 뿐 아니라 꽃을 피우고 씨앗도 나와 육상에 있는 식물에 가깝다.
국내로 보면 해초류보다 해조류가 더 중요하다. 해조류는 양식 생산량이 3위에 이를 만큼 세계적으로도 유의미한 수준이지만 해초류는 국내엔 잘피 정도만 서식하고 있어서다.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 해초류는 열대 지방에 분포하고 있다.
해조류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해조류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돕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현대차는 해양수산부, 한국수산자원공단 등과 협약을 통해 해조류가 공식적인 탄소흡수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관련 연구 및 관련 방법론 개발 등을 지원한다.
이와 함께 해초류 숲도 늘려가고 있다. LG화학은 사업장이 있는 여수 앞바다에 2026년까지 축구장 14개 크기의 잘피 군락지를 만들 예정이다. KB국민은행도 해양수산부와 함께 남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잘피 숲을 조성한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31일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해양 탄소흡수량을 2030년 106만6000t, 2050년까지 136만2000t으로 늘려가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지난해 기준 해양 탄소흡수량은 1만1000t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