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한국은행이 최근 세 차례 연달아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한 가운데, 주요 은행 대출에서 신규 연체액 발생이 지속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누적된 금리 인상 여파가 이어지는 데다, 경기둔화까지 겹치며 가계 및 기업 차주들의 상환능력이 악화된 영향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5월 신규 연체율(잠정) 평균은 0.09%로 전년 동기(0.04%)와 비교해 2배 이상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연체율은 당월 신규 연체 발생액을 전월말 기준 대출잔액으로 나눈 것으로, 새로운 부실이 얼마나 발생했는 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5대 은행의 신규 연체율 평균은 지난해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며 상승 압력을 받았다. 실제 지난해 11월 0.06%, 12월 0.07%, 올해 1월 0.08%, 2월 0.09%로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했다. 은행들이 분기말 연체관리에 나서면서 3월 신규 연체율은 0.07%로 일시 하락했지만, 지난 4월 0.08%, 5월 0.09%로 2개월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은행 전체 연체율 또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5대 은행의 지난달말 기준 원화 대추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평균 0.33%로 4월(0.31%)보다 0.02%p 상승했다. 전년 동기(0.2%)와 비교했을 때는 0.13%p 높은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5월말 기준 가계대출 연체율은 0.29%, 기업대출 연체율은 0.37%로 각각한 달 전보다 0.02%p, 0.04%p 뛰었다.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는 각각 0.13%p, 0.15%p 올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건전성 지표 또한 악화되고 있다. 5대 은행의 지난달말 기준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평균 0.29%로 전월(0.27%)과 비교해 0.02%p, 전년 동기 대비 0.04%p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부실채권을 뜻하는 고정이하여신이 은행 총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이같은 연체율 상승 및 건전성 악화는 기준금리 상승의 누적 효과가 계속되는 영향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3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인상 기조를 멈췄다. 그러나 금리 인하 시점을 예단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높은 금리로 인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경기둔화에 따른 기업 실적 부진 또한 연체율 상승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17.5%가 한계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계기업이란 3년 연속으로 이자비용이 영업이익보다 많은 기업을 뜻한다.
상장사 한계기업 비중은 2017년 9.2%, 2018년 11.2%, 2019년 13.7%, 2020년 15.2%, 2021년 16.5% 등으로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아울러 우리은행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매출액 1000억원 미만인 비금융 상장 중소규모 기업 700곳 중 56%인 391개 기업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특히 영업손실은 기록한 기업은 2021년 4분기 290개에서 지난해 4분기 346개로 19% 급증했다.
은행권에서는 당분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금리 인상이 마무리된 만큼 연체율이 정점을 찍고 하락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향후 추가 금리 인상이 제한적인 점을 고려하면 연체 증가 추세가 점진적으로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