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 서울 강동구에 살고 있는 직장인 송두영(38) 씨는 15만원 대에 카카오 주식 30주를 매수한 데 들어간 투자금을 이제 없는 돈이라 생각하고 지내고 있다. 주변에선 평단가를 낮추기 위해 물이라도 타야한다고 했지만, 반등 기미가 도저히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 추가 자금을 카카오 주식에 투입하긴 아깝다는 것이 송 씨의 생각이다. 송 씨는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아예 보유한 카카오 주식 전량을 팔아버릴 타이밍만 엿보고 있다”고 말했다.
‘날개 없는 추락’
카카오 주가가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를 받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구속됐다는 소식에 19일 장중 52주 신저가를 기록하며 약세를 보였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장 종료 기준 코스피 시장에서 카카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11%(1300원) 하락한 4만500원을 기록했다. 종가 기준으로 봤을 때 지난 2020년 5월 6일(수정주가 4만43원) 이후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금액이다. 사실상 주가 4만원대 고수도 장담하기 힘든 수준까지 떨어진 셈이다.
이날 카카오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이유로는 배 대표의 구속으로 인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카카오 공동체의 주요 사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앞서 서울남부지법 김지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배 대표에 대해 “증거 인멸 및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다만 같은 혐의를 받는 투자전략실장 강모 씨,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 이모 씨에 대해선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지난 13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사경(특사경)은 시세 조종 혐의로 이들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에 서울남부지검은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사경에 따르면 이들은 올해 2월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 공방이 진행됐을 때, 경쟁 상대방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여억원을 투입해 SM 주식의 시세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격 이상으로 매집한 바 있다.
이날 주가 하락으로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18조239억원으로 코스피·코스닥 시장 상장 종목 중 20위 수준까지 떨어졌다. 연초 23조4731억원이었던 시총은 23.2%나 감소했고, 순위도 11위에서 9계단이나 뒤쳐진 것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통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해외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려 했던 카카오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증권가가 특히 주목하는 위험 요소는 구속된 임원이 유죄 판결을 받거나 김범수 창업자에게까지 사법 리스크가 번질 경우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지위까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인터넷 은행 특례법은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이 인터넷 은행의 지분 10%를 초과 보유하려면 최근 5년간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법원 판결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임원 개인의 비위가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 불법이 이뤄졌다면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최악의 경우 금고형을 받으면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나오고 지분 매각이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