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세 사기 여파에 강경 조치 나서

“보증 가입 금액·건수 기준 없이 적극 대응”

인천시 미추홀구 한 아파트 공동현관문에 전세사기 피해 대책을 호소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연합]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금을 갚을 의지가 없어 보이는 ‘전세사기 의심자’ 51명에 대해 형사 조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들어 HUG가 임대인 대신 갚은 전세보증금이 3조원에 달하는 등 보증사고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고발 조치 등 강수를 둔 것이다.

7일 HUG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10월 말까지 전세사기 의심자 총 51명에 대한 고발, 고소, 수사 의뢰 등 형사 조치를 실시했다. 그간 HUG는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한 임대인 중 다주택 채무자, 악성 임대인 등을 집중 관리해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세사기 피해가 이어져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며 보증보험 가입 임대인 대상 형사 조치까지 나서게 됐다. HUG에 따르면 올해 초까지는 수사 의뢰 여부 결정을 위해 ▷연락이 닿지 않는 등 상환 의지가 없는 자 ▷HUG가 대신 갚은 전세보증금 2억원 이상 등 기준을 적용하고 별도 심의를 거쳤다.

이런 기준은 국토교통부·법무부·경찰청 등 범정부 전세사기 특별단속이 진행되며 다소 완화됐다고 한다. HUG 관계자는 “전세사기 범주를 ‘당초 전세보증금을 반환할 수 없는 사안’까지 폭넓게 보고 수사가 진행돼, 이젠 보증 가입 규모 및 건수 기준이 아니라 혐의점을 중점적으로 보고 형사 조치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단 1건의 보증사고만 발생한 임대인에 대해서도 기망 의도가 있다고 보거나, 혹은 수사기관으로부터 전세사기 혐의에 대한 협조 요청을 받는 등 상황에도 수사 의뢰 및 형사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HUG는 전세금을 갚지 않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내준 보증금이 불어나 재정 건전성까지 위협받자 이런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HUG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 말까지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사고액은 3조5565억원(사고 건수 1만5833건)에 달하며, 이중 HUG가 세입자에게 돌려준 돈은 2조7192억원이다. 이런 추세면 올 한 해 사고액은 4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대위변제액 회수율이 점점 낮아지며 HUG의 재정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단 점이 문제다. 지난 2019년 58%였던 회수율은 지난해 24%, 올해는 10%대로 떨어졌다. HUG는 자기자본 확충, 보증 배수 확대 등으로 당장 ‘보증보험 가입 중단 사태’는 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사고를 줄일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단 지적이 이어진다. HUG는 전세보증보험 외에 주택 공급을 위한 분양보증과 사업비 PF 공급 등도 담당하는 만큼 전세사기 여파가 주택 공급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HUG는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9월부터 ‘은닉재산 신고센터’를 운영 중이며, 서울시 강서구 전세피해지원센터에 이어 인천·경기·부산에 개소한 지원센터에 상담인력을 지원하고 있다. 또, 지난 9월 말 상습 채무불이행자의 성명 등을 공개하는 내용의 주택도시기금법 시행에 따라 임대인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업무처리지침을 제정했다. 이 밖에 행정정보 대량조회 범위 및 주기를 늘려 채무자 재산조사를 강화했다. 기존에는 지적전산 및 건강보험료 자료만 연 1회 조회했는데, 확정일자 부여 현황 자료를 추가하고 연 2회 조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