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동 119번지 2314㎡ 텃밭

감정평가 중 보상액 예측도 어려워

매각가 83%에 낙찰...해석 분분

구룡마을 토지 80억 낙찰 미스터리

토지보상을 앞둔 강남구 개포동 ‘판자촌’ 구룡마을 땅이 경매에 올라와 80억원대로 매각돼 화제다. 경기침체와 고금리가 맞물리며 투자자들이 신중해지고 있는 이때 감정평가가 진행중이어서 보상 액수도 예측하기 어려운 땅을 80억원이나 주고 산 투자의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1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월 24일 서울중앙지법 경매 10계에서는 개포동 119번지(사진)가 매각됐다. 총 2314㎡에 건물은 없고, 대부분 텃밭으로 이용되고 있는 토지다.

해당 토지의 감정가는 100억 6590만원이다. 하지만 한번의 유찰을 거쳐 83억 8000만원, 매각가율 83%에 땅이 낙찰됐다. 매수인은 고모씨 외 2명이다.

사업시행자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따르면 해당 토지는 지구단위계획구역 내 토지로서 향후 개발이 예정된 곳이다. 즉 강제수용방식에 따라 조만간 현금청산 대상이다.

따라서 현재 SH는 보상절차를 위해 감정평가를 진행 중에 있다. 애초 지난해 12월 22일이 감정평가 결과 마감일이었으나 마감 날짜는 2월 중으로 미뤄졌다. SH 관계자는 “감정평가법인의 요청으로 마감일이 연장됐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토지보상을 위해 감정평가가 한창 진행중인 땅인 만큼 투자를 신중히 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고 강조한다.

해당 땅은 경매를 앞두고 감정가 100억원이 나왔지만 이는 개발을 앞두고 2종일반주거지역으로 가치를 따졌을 때의 가격이라는 설명이다.

현행 토지보상법에 따르면 공익사업을 위해 강제수용되는 토지는 해당 사업으로 인해 가격이 올랐을 때의 개발이익을 뺀 가격에 보상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해당 토지에 대해 토지보상법에 따라 감정평가를 할때는 2종일반주거지역이 아닌 원래 용도였던 자연녹지로 평가가 된다는 것이다. 즉 100억보다 크게 적은 금액으로 가격이 정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효정 로안감정평가사사무소 대표는 “경매평가는 평가시점의 용도지역, 주변 시세가 모두 반영된 시장가치로 감정평가액이 결정되는 반면에 보상평가는 토지보상법에 의거 당해 사업으로 인해 발생한 개발이익을 배제하고 평가된다”면서 “용도지역 변경 전 상태가 적용되는 등 동일한 토지에 대한 유사 시점의 평가라도 감정평가의 목적에 따라 경매평가액과 보상평가액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청한 다른 감정평가사는 “사전에 취득한 감정평가 정보를 활용한 것 아니고는 불가능한 투자로 보인다”면서 “요즘같은 고금리에 이해할 수 없는 투자”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개포동 구룡마을 토지가 현재 경매에 올라온 것은 예정된 매물만 4개에 이른다.

구룡마을은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을 위해 달동네를 철거하고 도심 개발이 이뤄지자 집을 잃은 영세민들이 몰려들면서 만들어졌다. 거주민은 무허가 판자촌에 살면서 10여 년 전까지 전입신고도 할 수 없었으나 행정소송 등을 통해 2011년 5월 강남구에 전입신고를 할 수 있게 됐다. 구룡마을은 앞서 아파트 2838가구(임대 1107가구·분양 1731가구) 등으로 개발될 계획이었으나 현재는 용적률을 높여 3600가구 넘는 대단지를 공급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서영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