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유력 인사 재배치 과정서 지역 반발 이어져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재조정 현실적으로 불가능”
박정훈 단수공천에 현역 김웅 “짜고치는 고스톱”
野 이재명, 세대교체 시동…직접 불출마 권고
비명 물갈이 비판 이어 ‘비선조직’ 의혹 공개 제기
원로들 “비선 개입 소문 파다…경선 강력 요구”
[헤럴드경제=김진·양근혁 기자] 여야가 22대 총선 공천 작업에 한창인 가운데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에 대해 ‘사실상 경선’ 입장을 세우며 특혜 비판을 피해가는 듯했으나, 중진 등 유력 인사 재배치 과정에서 지역 반발이 발생하며 잡음이 불거졌다. 친명계 인사들의 비명 현역의원 지역구 ‘자객 출마’ 논란이 일었던 더불어민주당에선 이재명 대표가 직접 물갈이 의사를 밝히면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비선 조직에 대한 공개 의혹 제기가 나온 데 이어, 사법리스크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까지 고개 들었다.
‘지역 반발’ 김해을·계양을…송파갑 결과엔 “짜고치는 고스톱”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진행된 정례브리핑에서 3선의 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이 출마 의사를 밝힌 김해을 지역구에서 발생한 반발에 대해 “모든 분이 불만 없이 공감할 수 있는 재조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도부의 ‘중진 험지 출마’ 요구에 따른 후속 물밑 조율은 사실상 없다는 의미다.
조 의원은 앞서 험지 출마 요구를 수용하고 김해을 출마 의사를 밝혔으나, 지역의 시·도의원과 당원들의 거센 항의에 부딪혀 전날 지역 기자회견조차 제대로 열지 못했다. 여권의 김해을 공천신청자는 9명에 달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사전 교통정리 없이 지역구 조정이 이뤄진 탓”이라며 “이러면 (경선 단계부터) 내상을 입고 전장에 나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공관위가 대통령실 출신 인사 대부분을 단수공천 대상에서 제외하며 특혜 논란을 사전 차단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교통정리 미흡 지적을 받는 배경이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재명 대표를 상대로 출마를 선언한 인천 계양을에서도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윤형선 직전 당협위원장이 반발 중이다. 그는 공관위 면접에서 계양갑으로 지역구 이동을 제안 받았으나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지역주민들은 낙하산 공천에 대해 굉장히 반발도 크다”며 완주 의사를 밝혔다.
전날 박정훈 전 TV조선 앵커가 단수공천된 서울 송파갑을 놓고선 불출마를 선언한 지역구 현역인 김웅 의원이 “이것은 공천이 아니라 짜고치는 고스톱”이라고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송파갑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알려진 석동현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안형환 전 의원도 공천을 신청했으나 컷오프(탈락)됐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서울에서 몇 안되는 보수 우세 지역에 전략공천이 아닌 방식으로 정치신인이 단독 공천을 따 낸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안 전 의원은 입장 발표를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갈이’ 칼날 휘두르는 이재명…사법리스크 형평성 논란도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공천 잡음의 중심에 섰다. 이 대표는 설 연휴를 전후로 김근태(GT)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부인이자 운동권의 대모인 3선 인재근 의원(도봉갑)과 문학진 전 의원 등에게 직접 불출마를 권고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 대표는 13일 밤 페이스북에 “새 술은 새 부대에”라고 적고,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란다”고 하며 세대 교체 의지를 드러냈다.
친명계를 중심으로는 사전 교통정리의 일환이자 예우 차원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의원은 “저쪽(국민의힘)에서도 인적 쇄신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공관위원장이 비정치인이다보니 이 대표가 총대를 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당대표로서 정무적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사전에 전화를 해서 양해를 구하고 하는 것은 예우차원”이라고 했다.
반면 비명계에선 이를 ‘비명 물갈이’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 비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흔치 않으니까 문제 삼는 사람들이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인 의원은 14일 불출마를 결단했지만, 자신의 지역구 전략공천 대상자로 거론되는 친명계 영입인재 김남근 변호사에 대한 질문을 받자 “김남근 아니다. 제가 지지하지 않는다”며 반감을 숨기지 않았다.
경기 광주 출마를 준비 중이던 문 전 의원은 ‘경기도팀’이란 비선 조직에 대한 의혹을 공개 제기했고, 민주당 원로 4인(권노갑 민주당 상임고문·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이강철 전 노무현정부 시민사회수석비서관·강창일 전 주일대사)도 힘을 실었다. 원로들은 공동성명에서 “정체불명의 비선 조직이 공천에 개입한다는 소문이 여의도에 파다하다”며 “이미 비선의 개입으로 그 공정성이 의심되는바, 경기광주을 지역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 간에 경선 실시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바”라고 촉구했다.
이 과정에서 종로 출마 의사를 밝힌 이종걸 전 의원이 이 대표로부터 불출마 권유 전화를 받았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 전 의원은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는 저에게 그런 요청을 하신 바가 없다”며 “제가 출마한 종로의 모 후보가 단수공천된다는 기사도 있는데 이 또한 근거 없는 소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 형평성 논란에도 부딪힌 상태다. 그는 지난 13일 밤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지도부 회의를 갖고 사법리스크가 있는 노웅래(마포갑)·기동민(성북을)·이수진(비례) 의원에 대한 컷오프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대표 역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비대위 회의에서 “모든 문제는 이 대표에게서 비롯된 것 아닌가 싶다”며 “노 의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당이고 이 대표가 출마하는데 자신이 안 나가겠다 이런 생각을 하기 어렵지 않겠나”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