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月 미국주식 보관금액 역대 최대 규모
美 증시 활황에 환차익까지…쏠쏠한 美주식
1350원대 진입한 달러…5개월만에 최고치
[헤럴드경제=유헤림 기자] #. 지난해 12월 초 AI(인공지능)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엔비디아에 투자한 직장인 이 모씨(32세)는 환율 덕분에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주가는 2배 가까이 오른 데다 최근 달러당 원화값이 1350원대에 들어서면서 약 4%의 환차익은 덤으로 보고 있어서다. 이 씨는 "최근 월가에서도 엔비디아 등 AI 주식 고평가 논란이 있다는데 환율이 받춰주는 지금 팔아야 할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서학개미’(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미국 증시 활황에 ‘강(强) 달러’ 기조까지 더해지면서 주가 시세와 환차익 모두 챙길 수 있어서다. 미국주식 보관금액은 이달에도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추격 매수를 단행하기엔 환율 수준이 역사적 고점권이라 향후엔 오히려 환차손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국내투자자의 미국주식투자 보관규모는 748억2886만달러(약 100조9441억)로 전년 동기(577억1454만달러) 대비 29.7% 증가했다.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11년 이후 월별 기준 역대 최대치다. 지난 1월(646억9553만달러)과 2월(721억6139만달러) 이후 3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엔비디아를 필두로 미국 증시 상승세에 탄력이 붙으면서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선호도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올 들어 국내투자자들은 ▷테슬라(8억8053만달러) ▷엔비디아(8억3617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5억722만달러) 순으로 사들였다. ‘2X 비트코인 스트래티지(BITCOIN STRATEGY) ETF(BITX)’도 1억5786만달러 어치 순매수(8위)했다.
올 들어 미국 주식 거래한 서학개미들은 4% 수준의 환차익을 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원달러 환율은 1월 2일 1330원40전에서 4월 3일 1352원10전으로 4% 올랐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1일(1357.3원) 이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원·달러 환율은 연초 1344원까지 상승한 뒤 약세로 돌아섰고 지난달 중순부터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애플 등 일부 빅테크 주식들의 경우, 작년 말 주가가 급등한 여파로 올 들어 하락세를 보였는데, 환차익은 서학개미들의 수익률을 방어한 좋은 수단이 된 셈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 것은 미국의 견조한 경제지표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완화 기대감 축소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제조업황이 예상보다 더 견조하다는 지표(3월 ISM 제조업 구매관리자 지수)에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1분기 미국 성장률 추정치(GDP Now)가 2.3%에서 2.8%로 대폭 상향됐기 때문이다. 대신 금리인하를 예고한 하반기엔 달러가 약세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운 환율이 신경 쓰이는 투자자들은 추격매수보다는 달러 파킹형 상품을 택하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지난달 25일부터 현재까지 국내 최대 미국SOFR(무위험지표금리) ETF인 ‘KODEX 미국달러SOFR금리액티브(합성)’을 1억4000만원어치 사들였다. 유아란 삼성자산운용 매니저는 “달러 파킹형 ETF에 투자하면 환전 비용을 줄일 수 있어 투자에 유리할 수 있다”며 “올 연말까지 1300원대의 환율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