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민주화 이후 총 9회 총선 이후 1개월간 코스피 지수 등락률 분석
절반 넘는 5회 주가 하락…與 우세 시 60% 상승·野 우세 시 75% 하락
총선 결과 따른 ‘밸류업’ 추진 동력 우려…“ISA 강화 등은 與野 인식 공유”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1주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 이후 주가 흐름의 방향성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어느 총선 이전 시점보다 주가 부양을 위한 정부의 드라이브가 강력했던 만큼, 총선 결과에 따라 주요 입법 과제를 남겨 둔 주가 부양책이 탄력을 받아 국내 자본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 지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증권가에선 정치적 변수에 따른 변동성 리스크가 줄어들고, 글로벌 경기와 각 종목별 1분기 실적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3일 헤럴드경제는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치러졌던 총 9번의 총선 이후 1개월 간의 주가 흐름에 대해 분석했다. 이 결과 절반이 넘는 총 5회(1992년, 2000년, 2004년, 2012년, 2016년) 총선 이후 한달 간 주가가 우하향 곡선을 그린 것으로 나타났다.
보다 세부적으로 분석했을 때 야당이 우세한 결과를 얻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총 4회(1988년, 1992년, 2000년, 2016년) 총선 중 1992년(-4.53%), 2000년(-12.94%), 2016년(-0.72%) 등 세 차례 주가가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여당이 우세한 결과를 얻었던 총 5회(1996년, 2004년, 2008년, 2012년, 2020년) 총선 중에선 절반 이상인 3회(1996년 +11.67%, 2008년 +3.93%, 2020년 +3.78%) 주가가 상승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단기적으론 행정·입법부 권력 간의 충돌 가능성에 따른 리스크 확대에 대한 우려가 일정 부분 자본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라면서도 “중·장기적으로 주가 흐름을 결정지은 것은 당시 시점의 글로벌 경기와 각 기업의 실적”이라고 분석했다.
증권 업계에선 과거 다른 총선에 비해 이번 총선의 결과가 국내 증시의 흐름에 미칠 영향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주가 부양책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이하 밸류업)’과 불법 공매도 근절을 위한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 등에 실리게 될 힘의 크기가 총선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밸류업에 대한 기업들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각종 인센티브를 현실화하기 위해선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배당소득세에 대한 세제 개편은 물론, 주주에 대한 이사회의 수탁자(신인) 의무를 담은 상법 개혁, 기업 투명성 제고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선 등 각종 입법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그만큼 총선 결과에 따라 향후 밸류업의 드라이브 강도가 크게 차이 날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지원강화와 증권거래세 인하 등 세제 개편을 비롯해 이사의 충실의무 강화를 담은 상법 개혁 등은 여야 합의 가능성이 높은 부분”이라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상속세 부담 완화와 금투세 폐지 등에 대해선 여야 간 이견이 첨예한 부분인 만큼 총선 결과에 따라 밸류업 추진 속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나듯 여소야대 국면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정부의 정책 추진력에 대한 우려도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면서 “(자동차·은행·지주사주 등) 대표적인 밸류업 수혜주 주가는 1월말 이후 상승폭이 3분의 1에서 절반 가량 되돌려진 상태다. 이미 시장이 정부의 추진력 약화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첨단전략산업, ISA 세제 혜택 확대 등에서 여야가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총선 결과에 따라 주가 조정이 출현하더라도 숨고르기의 일환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총선 결과와 관계 없이 선거 국면이 끝난다는 것 만으로도 증시에 영향을 주는 변동성 리스크가 줄어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정부 주도 주가 부양책과 무관하게 최근 국내 주요 기업들을 중심으로 주가를 관리하고, 주주 환원을 강화하는 등 주주가치를 제고해야 한다는 의식이 커진 상황이다. 시장 스스로 ‘밸류업’의 길을 찾고 있는 것”이라며 “증시에 영향을 미치던 ‘정치’의 시간이 끝나고 온전한 ‘경제’의 시간이 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미 밸류업에 따른 영향은 물론, 총선 결과에 따른 향후 정책 방향성까지 수혜주의 주가에 선반영된 만큼, 총선 결과가 나오는 오는 10일 이후에도 주가 흐름엔 큰 출렁임이 없을 것이란 예측도 있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결국 1분기 어닝 시즌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피벗(pivot, 금리 인하) 개시 시점 등 글로벌 경기의 흐름이 개별 종목은 물론, 주가 지수 전체에도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국면”이라고 강조했다. 신 센터장은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붐과 메모리 반도체 업사이클의 영향으로 최근 ‘52주 신고가’ 랠리를 펼치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한미반도체 등 대표 반도체주의 랠리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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