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도 고려”...FOMC 회의록 여파 계속

고용지표, 서비스업 호조... 달러화·국채금리 강세

“금리 인하 지연” 후폭풍…주가·유가·금·은·구리 모두 하락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직원이 주가가 적힌 화면을 보며 깜짝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더 지연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경제 지표마저 호조를 보이면서 23일(현지시간) 주가를 비롯해 금·은·구리·원유 가격이 일제히 하락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엔비디아의 주가 급등(장중 9%)에도 불구하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지연 전망이 커지면서 뉴욕증권거래소(NYSE) 주가지수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전날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 연준 위원들 대부분이 금리 인하 시점을 미루는데 의견을 모았고, 일부 위원은 인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CME 패드워치에 따르면 일주일 전과 비교했을 때 9월에 연준이 금리를 0.25%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은 67%에서 52.2%로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전망이 60% 미만이면 사실상 연준이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고금리 환경 속에서도 미국 경제의 주축인 서비스업은 둔화하기는커녕 오히려 확장 속도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이 발표한 5월 미국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54.8을 기록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 51.5를 큰 폭으로 웃도는 수치다. 5월 제조업 PMI 예비치도 50.9를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 50.0을 웃돌았다. 통상 PMI가 50을 초과하면 경기 확장 국면으로 해석한다.

같은 날 발표된 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자 수는 2주 연속 감소해 직전주보다 8000명 감소한 21만 5000명을 기록했다.

연준 의원들의 매파적 입장에 경제지표까지 견조하게 나타나자 시장 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됐다.

다우 지수는 이날 전장보다 1.53%포인트, S&P500은 0.74%포인트, 나스닥지수는 0.39%포인트 하락하며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 낙폭은 지난해 3월 이후 1년 2개월 만에 가장 컸다. 엔비디아를 제외한 다른 대형 기술주들은 일제히 하락했다. 애플 주가는 전장보다 2%포인트 하락했고, 알파벳, 아마존닷컴도 1%포인트 내렸다.

금리인하 지연에 따른 원유 수요 둔화가 우려되면서 이날 국제 유가는 지난 2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7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보다 0.7달러 하락한 배럴당 76.87달러에 거래를 마쳐 2월 23일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4% 오른 4.478%를 기록하고 미국 달러는 강세를 보였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156.91엔으로, 전일 뉴욕장 마감가 156.708엔보다 소폭 상승했다. 유로-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0.2% 하락한 1.08달러를 기록했다.

달러화 강세는 금, 은, 구리 가격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6월물 금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55.7달러(2.3%) 밀린 온스당 2337.2달러에 폐장했다. 7월물 은 가격은 온스당 종가 30.31달러로 일주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구리는 1.15%하락한 4.7925달러를 나타냈다.

브라이언 닉 뉴욕 매크로 인스티튜 수석 투자전략가는 “실망스러운 경제 지표, 더딘 인플레이션 지수 등이 이날 시세를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며 “만약 가장 최악의 상황이 생긴다면 현 시점에서 더 금리가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