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우리 유튜브가 ‘술과 음식을 맛있게 먹자’ 조장 방송인 것은 맞다. 근데 ‘음주 조장 방송’이란 말은 안 듣고 싶다. 좀 속상하다. 자기가 건강 관리 잘 하면서 맛있게 오래 먹자는 주의다. 내가 얼마만큼 먹는지 주량을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내가 그 안에서 어떤 행복을 어떻게 즐겨야겠다’를 알았으면 좋겠다.” (가수 성시경, 유튜브 채널 ‘성시경’ 먹을텐데에서)
최근 유튜브 쇼츠와 인스타그램 릴스 등 소셜미디어(SNS) 숏폼을 통해 유명 연예인들의 ‘술방(술 마시는 방송)’이 일상화된 모습이다. 출연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유명 남녀 아이돌 멤버까지 자연스럽게 등장하면서 과거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낮아진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유명인 따라하기’로 인한 음주량 급증 등에 대해 우려하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온다.
최근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연구팀(박은철·김진현)은 국제학술지 ‘영양학 저널(Nutrition journal)’ 최신호에서 한국청소년위험행태조사(2022년)에 참여한 국내 800여개 학교의 중고교생 5만453명(남 2만5749명, 여 2만4704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먹방 시청이 비만 위험을 높이는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정신건강 측면에서는 먹방 시청을 중독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해국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의정부성모병원 교수)은 “인기를 끌고 있는 먹방이나 술방을 보는 사람의 상당수는 그 자연스러움 때문에 모방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면서 “하지만 이들 방송은 자극적인 음식 섭취나 과식, 과음이 암묵적으로 즐거워질 수 있다는 잘못된 암시를 줌으로써 정신건강을 해치고 비만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중독의 관점에서 문제 행동에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내 술문화는 취하기 위해 과음을 즐기던 모습 대신 적은 음주량으로 오랜 시간을 즐기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오는 상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15세 이상 국민의 1인당 연간 주류 소비량이 7.7ℓ(리터)로 27개 회원국 가운데 2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연간 주류 소비량은 지난 1973년에 16.8ℓ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1987년(10.2ℓ)까지 매해 10ℓ를 초과했다. 이후 8~9ℓ대를 오간 뒤 2020년(7.9ℓ)에 1966년(7.6ℓ) 이후 처음으로 7ℓ대로 내려왔다.
이에 국내 대표 주류주(株)들은 무설탕 ‘제로(Zero)’ 제품에 이어 ‘무알코올, 저알코올(3.5% 이하)’ 등 저도수 음료 라인업 확장 등을 통해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움직이는 중이다.
국내 대표 주류주의 주가 흐름은 올 들어 지지부진한 모양새로 움직이는 중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11시 14분 현재 롯데칠성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39% 하락한 12만7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하이트진로 주가도 전 거래일보다 1.22% 내린 2만300원에 거래 중이다.
주류 소비량이 큰 ‘계절적 성수기’로 알려진 여름을 앞두고 있지만, 국내 양대 소맥주의 흐름은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전날 종가 기준 최근 2주간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 주가는 각각 4.86%, 10.70%씩 하락했다.
연중 주가 변동률로 봤을 때도 하이트진로는 -8.67%, 롯데칠성은 -11.80%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4.73%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부진한 모습을 보인 셈이다.
증권가에선 두 종목 주가가 2분기 부진하거나 정체된 실적 탓에 잠시 주춤할 수 있지만, 하반기부터는 개선될 주가의 영향을 받게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장성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롯데칠성의 연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1조1048억원, 517억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인 1조1050억원, 646억원과 IBK투자증권의 이전 추정치인 1조1283억원, 601억원을 하회하는 수치다.
장 연구원은 음료 부문에 대해 “경쟁사의 공격적 마케팅 영향으로 판매량 증대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원가 상승 및 원/달러 환율 상승세도 이어져 이익 감소폭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류 부문을 두고는 “맥주 판매가 국내 소비 감소 및 ‘클라우드 생드래프트’ 단종 등으로 다소 부진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장 연구원은 “3분기부터 원가 부담이 완화해 전사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며 “음료 판가 인상으로 연간 25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 증가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지난 4월 1일부터 전날까지 음식료 업종 지수가 35% 상승할 동안 롯데칠성 주가가 5% 상승에 그친 데 대해 “실적 우려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판단한다”며 기존 ‘매수’ 의견과 목표주가 18만원을 유지했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1년 전에 비해 올해 2분기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6688억원, 535억원으로 전년 대비 4.2%, 348.6%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주류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작년 11월 출고가격 조정관련 인상분이 올해 연간 의미있는 수준으로 영업실적에 반영될 전망”이라며 “전년 동기 대비 축소된 마케팅관련 비용 또한 이익 개선폭을 높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지혜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소주(1월 진로 제로 슈거 리뉴얼)와 맥주 제로 라인업 확대(7월 테라 라이트 출시)를 하이트진로에 대한 투자 호재로 짚었다. 장지혜 연구원은 “수출 전용 과일소주 출시로 해외 소주 매출이 확대되고 있으며, 2026년 베트남 현지 공장 가동을 통한 해외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면서 “올해 비용 효율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으로 재무 구조가 개선된 것도 눈 여겨 볼 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