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미니앨범‘ 서브소닉’낸 윤하
손에 남는거 팬들에 드리고 싶어 수익 기대 못해도 앨범 포기못해
올림픽홀은 내가 꿈꾸던 무대 막상 꿈이루니 체조경기장 탐나
가수 윤하는 데뷔 당시부터 지금까지 늘 경계인이었다. 윤하는 가요계에선 보기 드물게 아티스트와 아이돌의 교집합 영역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왔다. 나이답지 않은 진지하면서도 실험적인 음악은 뛰어난 가창력과 결합돼 이 같은 윤하의 행보에 설득력을 더했다. 비교적 순탄하게 데뷔 10년차를 맞이한 윤하지만 다가올 미래 역시 과거와 같으리란 보장은 없다. 다양한 영역에 속해 있다는 사실은 어디에도 제대로 속해 있지 않다는 불안함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하 역시 더 이상 경계인으로 머무르기 어려워졌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새 미니앨범 ‘서브소닉(Subsonic)’을 발매한 윤하를 최근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윤하는 “이번 앨범은 정규 4집 ‘슈퍼소닉(Supersonic)’에서 시작해 미니앨범 ‘저스트 리슨(Just Listen)’으로 이어진 3부작 프로젝트의 마지막 작품”이라며 “ ‘슈퍼소닉’이란 타이틀은 빠르게 대중에게 다가서고 싶은 마음을 담고 있지만, ‘서브소닉’은 아음속(음속보다 약간 느린 속도)이란 의미와 ‘지금 이대로 영원히’란 의미가 함축돼 있다”고 말했다.
앨범엔 힙합 듀오 이루펀트와 함께한 타이틀곡 ‘없어’를 비롯해 자작곡 ‘시간을 믿었어’와 ‘홈(Home)’ 등 7곡(보너스트랙 포함)이 담겨 있다. 전작부터 윤하와 음악적 파트너로 함께해 온 스코어(Score)가 프로듀서와 작ㆍ편곡을 맡아 3부작 프로젝트라는 앨범의 성격을 조율했다. 감성적인 멜로디에 랩을 더한 ‘없어’에선 트렌드에 대한 민감함이, ‘기다리다’ 등 히트 발라드를 연상케 하는 ‘괜찮아’에선 진부함이 동시에 엿보인다. 그러나 스케일을 한층 키운 ‘시간을 믿었어’, 다채로운 구성으로 실험적인 음악을 들려주는 ‘서브소닉’은 이 앨범을 단순한 가요앨범이라고 부르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다. 특히 진솔한 가사로 과거를 반추하며 담백한 편곡과 절제된 보컬로 미래를 다짐하는 ‘홈’은 10년이란 시간을 통해 쌓은 내공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잘 보여주는 곡이다.
윤하는 “전작을 돌이켜보니 생각보다 연출된 부분이 너무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는 진정성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며 “이번 앨범을 제작할 때엔 특정 주제에 매달려 억지로 곡을 끼워넣는 대신 불러서 좋은 곡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데뷔 당시엔 그저 주목받고 예뻐보이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언젠가부터 나는 음악을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 없는 부자유스러운 존재, 즉 대중에게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존재가 됐다”며 “이제 더 이상 아티스트도 아이돌도 아닌 캐릭터라는 핑계에 기대어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다음 작품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같은 윤하의 말은 앞으로 적지 않은 음악적 변화가 있을 것임을 암시하는 것처럼 들렸다.
윤하는 온라인 음원이 대세인 현재 대중음악시장에선 드물게 앨범 발매를 고집하는 가수다. CD에만 보너스 트랙으로 실은 ‘슈퍼소닉’의 타이틀곡 ‘런(Run)’ 어쿠스틱 버전은 이러한 윤하의 앨범지향적인 성격을 잘 보여준다.
윤하는 “나는 음반매장에서 앨범 직접 구입할 때의 설렘을 거의 마지막으로 느껴본 세대”라며 “앨범 판매로 더 이상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세상임을 잘 알지만 팬들에게 무언가 손에 남는 것을 드리고 싶기 때문에 앞으로도 앨범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윤하는 지난 27~28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단독공연 ‘스물여섯 그리고’로 팬들과 만났다.
윤하는 “올림픽홀은 내가 가수로 활동하면서 꿈꿨던 무대인데 막상 꿈이 이뤄지고 나니 바로 옆 체조경기장이 탐나기 시작했다”며 “방송에서 스타로 비춰지기보다 공연으로 확실하게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정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