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아빠, 전설이 몰려온다. 5일간의 황금연휴에 지상파 3사가 내놓은 신작 예능은 무려 10여편. ‘아이돌’은 뛰고, ‘젊은 스타’들은 사랑을 찾고, ‘아빠’들은 아이를 돌보다 집을 뛰쳐나간다. ‘전설’의 가수들은 다시 서바이벌 무대에 섰다.
18일부터 22일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를 겨냥해 지상파 3사는 심기일전했다. 주말 예능 강자인 MBC의 경우 ‘일밤’이 히트작 두 편을 내놓으며 선전 중이지만, 지금 3사 예능가는 심기가 불편하다. 케이블과 종편의 역습으로 주중 심야 예능프로그램의 시청률은 모조리 빼앗기고만 상황이다. 3사의 입장에선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이었다. 한 방송사 예능국 관계자의 “참신한 기획력을 통한 건전한 경쟁”이라는 이야기는 매일같이 적혀나오는 숫자를 감안할 때, 듣기 좋은 전략에 그치고 만다.
공격은 시작됐다. 방송3사는 저마다 다른 전략으로 파일럿 프로그램을 신설, 배치했다. KBS와 SBS가 적극적이다. 저조한 시청률로 인해 프로그램의 폐지와 신설을 반복한 양사는 이번 추석연휴를 통해 갖가지 프로그램을 쏟아내며 시험대에 올랐다. MBC에서는 맞춤형 추석 특집프로그램과 더불어 주말 예능의 기세를 이어가겠다는 각오도 돋보인다.
KBS의 경우 아빠들을 앞세운 체험예능과 몸 쓰는 예능 프로그램이 즐비했다. “가끔은 혼자 있고 싶다”며 요트를 타고 훌쩍 떠난 남자들의 가출기인 ‘바라던 바다’가 연휴 중 시청자와 만난다. 대상만 달리한 닮은꼴 육아프로그램도 있다. 내 아이를 돌보는 아빠,남의 아이를 돌보는 아빠다. 된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스타 베이비시터 날 보러와요’다. 스타와 일반인의 닭싸움을 담은 몸쓰는 예능 ‘리얼 스포츠쇼 투혼’도 있다.
MBC에선 익숙한 추석 예능이 온다. ‘아이돌’과 ‘전설’의 습격이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은 논란의 아이돌 체육대회가 다시 온다. ‘아이돌 스타 육상 양궁 풋살 선수권 대회’. 160여명이 총출동하는 이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단번에 체육돌로 급부상하며 유명세를 타지만, 열심히 뛸수록 부상은 속출한다. 이미 이번 대회에서도 아이돌그룹 레오와 엑소의 타오가 부상을 입었다.
‘나는 가수다’의 열혈팬이었다면 ‘왕들의 귀환’에 눈과 귀가 호강한다. 지난 ‘나가수’를 빛냈던 윤민수 박정현 김범수 박완규 김경호 국카스텐 장혜진 인순이 YB가 총출동한 ‘나는 가수다 명곡 베스트 10’도 기다리고 있다.
정규편성의 기대를 안고 출격을 준비 중인 프로그램으로는 김구라 김성주 이기광(비스트) 보라(씨스타)가 유명인사의 의뢰를 받아 주위 사람의 인터뷰나 증언을 토대로 위인전을 만드는 ‘위인전 주문 제작소’, 살림 잘하는 남자들의 특급 노하우를 공개하는 ‘Mr. 살림왕’이 있다.
SBS에는 어김없이 ‘진정성 논란’에 시달려온 ‘스타 애정촌’이 한 번 더 안방을 찾아 그들의 짝을 찾아 나서고, 초특급 아이돌이 총출동해 전설의 가수와 비슷한 분장을 하고 모창을 하는 ‘스타 페이스오프’도 준비했다.
가수 이승철과 엄정화가 세계합창대회를 향해 ‘문제적’ 고등학생들과 팀을 꾸려 합창 대결을 펼치는 ‘송포유’는 감동의 휴먼스토리를 겨냥하고, ‘멋진 녀석들’은 1인 다역 코미디쇼로 웃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추석을 맞는 방송3사는 진작부터 경쟁에 돌입했다. 추석특집 프로그램의 편성을 두고도 하루 하루 초치기를 해가며 ‘편성 눈치보기’에 한창이었다. 정면대결은 피하고 시청률을 가져가겠다는 전략. 하지만 우후죽순 쏟아져 나온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은 3사를 통틀어 10편을 훌쩍 넘긴다. 이쯤하면 신작 예능 퍼레이드 수준이다. 개중엔 참신한 기획력의 프로그램도 눈길을 끌지만 “케이블에 치인 방송3사가 흥행작들의 인기에 편승해 엇비슷한 아이템을 내놓은 사례도 많다”는 것이 한 케이블 방송사 예능PD의 지적이다.
그럼에도 쏟아지는 파일럿 예능의 향연에 KBS 예능국의 박중민 EP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아무도 시청률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며 “파일럿 프로그램은 방송 이후 시청자의 의견과 평가를 들은 뒤 더 나은 프로그램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모든 파일럿은 레귤러(정규)를 꿈꾼다. 신제품은 늘 시장경쟁이 치열하다는 절체절명의 위기에도 봉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