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 강허달림 정규 3집 ‘비욘드 더 블루스(Beyond The Blues)’= 블루스(Blues)는 한 마디로 명확한 정의를 내리긴 어려운 장르이지만, 과거 미국 남부의 농장지대에서 일하던 흑인 노예들의 노동요에서 기원한 음악이란 사실 하나만큼은 분명하죠. 흑인 노예들의 피와 땀을 먹으며 탄생한 음악인만큼 블루스 보컬리스트들의 목소리에선 삶의 고단함이 묻어납니다. 싱어송라이터 강허달림이 ‘블루스 디바’로 통하는 이유 역시 그 절절하고도 깊은 목소리 때문이겠죠.

강허달림은 사실 블루스라는 장르의 테두리에 묶여있는 가수가 아닙니다. 그는 밴드 신촌블루스의 보컬 출신이긴 하지만 정규 1집 ‘기다림, 설레임’(2008), 2집 ‘넌 나의 바다’(2011)의 수록곡 중 사실 블루스라고 부를만한 곡은 많지 않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주저 없이 강허달림을 ‘블루스 디바’로 부르는 이유는 블루스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그 독특한 목소리 때문일 겁니다.

<정진영의 이주의 추천 앨범> 강허달림 ‘비욘드 더 블루스’ 外

리메이크 앨범은 매우 흔합니다. 그러나 김광석의 ‘다시 부르기’ 1ㆍ2와 조관우 정규 2집 ‘메모리(Memory)’ 정도를 제외하면 단순한 다시 부르기 차원을 넘어섰던 리메이크 앨범을 떠올리기 쉽지 않군요. ‘비욘드 더 블루스’는 선곡부터 남다릅니다. 이정선의 ‘외로운 사람들’, 신촌블루스의 ‘골목길’처럼 유명한 곡도 있지만 송창식 ‘이슬비’와 ‘밤눈’, 윤명훈의 ‘어떤 하루’, 숙자매의 ‘열아홉 살이에요’, 고(故) 채수영의 ‘이젠 한마디 해 볼까’, 최백호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등 대부분의 수록곡들이 대중에게 낯선 편입니다. 특히 ‘기슭으로 가는 배’는 다소 난해한 포크 음악으로 유명한 김두수의 곡을 처음으로 리메이크한 사례여서 눈에 띕니다.

이번 앨범의 수록곡 중 블루스로 꼽을 수 있는 곡은 ‘외로운 사람들’ ‘이젠 한마디 해 볼까’ ‘어떤 하루’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곡들이 새로운 곡으로 들리고 또 블루스로 들립니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강허달림의 목소리이겠죠. 앨범을 모두 듣고 나면 ‘블루스를 넘어서’라는 의미를 가진 앨범의 타이틀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흔한 리메이크를 흔치 않게 만드는 목소리의 힘이 돋보이는 앨범입니다. 베이시스트 서영도가 이번 앨범의 프로듀싱과 편곡을 맡고, 블루스 기타리스트 찰리 정과 피아니스트 민경인 등 정상급 연주자들이 참여해 음악적 완성도를 높인 것도 이번 앨범의 가치를 높이는 요소입니다.

<정진영의 이주의 추천 앨범> 강허달림 ‘비욘드 더 블루스’ 外

※ 살짝 추천 앨범

▶ 레드벨벳 미니앨범 ‘아이스크림 케이크(Ice Cream Cake)’= 외모도 노래도 빠지는 것 하나 없는 레드벨벳에게 부족했던 존재감을 채워주는 좋은 음악들. 각설하고 ‘오토매틱(Automatic)’은 정말 고혹적이고 또 멋진 곡 아닌가?

▶ 피타입 정규 4집 ‘스트리트 포이트리(Street Poetry)’= 진지한 자기 성찰과 문제의식이 돋보이는 시를 닮은 랩. 특히 자신을 온전히 랩에 동화시킨 마지막 트랙 ‘Vice Versa’이 압권.

▶ MFBTY 정규 1집 ‘원다랜드(WondaLand)’= 다채로운 음악의 조합과 물량 공세의 즐거움. 중견 래퍼들이 들려주는 음악이 ‘언프리티랩스타’보다 신선하게 들리는 건 나만의 착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