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개의 기록도, 순위도, 겉모습도, 다른사람이 어떻게 평가하는가도 모두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와같은 러너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하나의 결승점을 내 다리로 확실하게 완주해가는 것이다. 혼신의 힘을 다했다. 참을 수 있는 한 참았다고 나 나름대로 납득하는 것에 있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달리기를 말할때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소설을 통해 마라톤을 이야기했다. 그의 이야기는 우리의 인생 같고, 마라톤을 하며 느끼는 감정은 마치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을 때의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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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5시 정각 ‘이그나이트 서울’ 레이스에 참가한 엠아이비 강남(왼쪽부터), 탤런트 박하선, 걸스데이 혜리, 축구선수 강수일, 축구선수 정대세, 육상선수 여호수아 등이 힘찬 스타트를 하고 있다.

17일 ‘내’가 좋아하는 달리기를 하고 싶어서 젊은이들이 홍대 삼거리에 모였다. 젊음의 거리 서울 마포구 상수동 ‘홍대 삼거리’ 일대엔 푸른 티셔츠를 입은 1만 여명의 ‘블루 러너’들로 가득했다. 글로벌 스포츠브랜드 푸마에서 주최한 러닝 대회 ‘이그나이트 서울’에 참가하기 위한 러너들이다.

대회시작 1시간 전부터 출발지 극동방송 일대는 ‘블루 러너’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전문가 수준의 마라토너부터 손을 맞잡은 연인들, 자녀를 동반한 가족들, 친구들이 삼삼오오 레이스에 참가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부부들도 눈에 띄었다.

오후 12시부터 시작된 사전행사에 수 많은 사람들이 참가했다. 4시부터 시작한 요란한 드럼소리에 참가자들이 속속출발지로 집결하기 시작했다. 오후 5시, 대회 시작을 알리는 축포 소리와 함께 시작된 레이스는 홍대-여의도 공원으로 어어지는 10km 마라톤 코스로 도심 속을 달리자는 모토로 진행됐다.

출발은 만의 하나 발생할 수 있을지 모를 우려때문에 A, B, C조로 나눠 3000여명씩 출발했다.

대회 공식 러닝 타임은 1시간 30분 이내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는 것이다. 하지만 ‘러닝’ 초보자에게 1시간 30분 안에 결승선을 통과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헬스장 러닝 머신을 달릴 경우 6~7km의 속도로 꾸준히 달려야 도달할수 있는 시간인 셈이다.

출발과 함께 상수역을 지났다. 서울 한복판 도로를 차가 아닌 두 다리로 질주하는 기분은 묘한 쾌감을 안겨줬다. 특히, 양옆으로 한강이 보이는 서강대교를 질주할땐 도심의 답답함이 오히려 후련한 기분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오르막길 코스와 오후 5시가 넘어서도 내리쬐는 햇빛으로 초반부터 레이스는 험난했다. 2km 지점을 지나고 나서부터는 걷다 뛰다를 반복했다. 3km 지점과 7km지점에 설치된 급수대에서의 시원한 물 한 모금은 말 그대로 꿀맛. 3km 이후 부터는 본격적인 한강공원 코스. 호흡은 다시 편해졌고, 레이스는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구간을 지나면 지날수록 걷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졌고, 좁은 공원 코스는 진로 확보가 어려웠다.

특히, 6~8km 구간에서는 끝과 시작의 경계가 애매모호 해졌고 숨은 턱까지 차올랐다. 8~10km 마지막 구간에 접어들자, 체력은 한계에 도달했다. 이제는 뛰는 시간보다 걷는 시간이 더 많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포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손을 맞잡고, 대화로 웃음꽃을 피우며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끝까지 레이스를 마쳤다.

러너에게 기록보다 순위보다 중요한 건 하나하나의 결승점을 내 다리로 확실하게 완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회에 참가한 김 모(38)씨는 “7km 지점에서 허벅지 통증으로 레이스가 힘들었지만, 걷다 뛰다를 반복해 1시간 28분만에 완주를 했다”며 “기록보다 중요한 건 ‘해냈다’는 성취감이다. 앞으로도 도전은 계속 될 것”이라며 대회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민성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