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관련 국회 브리핑 보는 시민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한 4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국회 브리핑 중계를 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현직 부장판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대법원의 대응을 비판하며 부장판사회의에 안건을 올리겠다고 예고했다.

또 4일 하루에만 현직 판사 2명이 법원 내부망(코트넷)에 비상계엄과 관련한 글을 올려 윤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3일 11시에 선포돼 4일 오전 4시 30분 국무회의 계엄 해제 의결로 종료된 ‘6시간 비상계엄’ 후폭풍이 사법부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방법원의 A현직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코트넷에 ‘비상계엄 사태에 관한 대법원 대응에 대한 비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 부장판사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현 시국이 걱정스러웠고 대법원의 대응이 참으로 실망스러웠다”며 “비상계엄으로 사법부 재판권의 상당 부분이 침해(형식상 계엄법에 따른 관할권 이양)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어 “비상계엄의 실질적 요건에 대한 분명하고도 중대한 하자가 존재한다.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고 헌법질서를 지켜낼 대법원이 소극적이고, 심지어는 계엄에 동조하는 인상마저 주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조희대 대법원장 지시로 긴급회의를 열었다. 천대엽 행정처 차장과 배형원 차장, 실장급 간부와 심의관 등이 참여해 3시간 회의를 진행했으나 계엄이 해제되고 난 후 입장문을 발표하는데 그쳤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4일 오전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계엄 과정의 절차적 하자, 대통령 탄핵 사유 등에 대해서는 “차후에 (계엄이)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나중에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A 부장판사는 “판사들의 재판권조차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는 대법원이라면, 거대 규모의 폭력으로부터 시민들의 생명과 자유를 지킬 단호할 의지가 없는 대법원이라면 존재 의의는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A 부장판사는 이에 대한 공식적인 논의를 위해 재직 법원 부장판사회의에 안건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A판사는 “안건 채부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사안이 시급하다. 고견을 기다린다”고 했다.

또 이날 오전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현직 B 판사가 ‘대법원장님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정당화될 수 없다. 대한민국 헌정질서 파괴하는 쿠데타 시도”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오는 9일 정기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논의를 할지는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