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반도체 공급망 새로운 거점으로 부상
삼성전자, 현지서 미래 반도체 인재 양성
엔비디아도 자체 행사 열며 스타트업과 교류
美 기업들도 공장 짓고 엔지니어 양성 나서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인구 14억명의 인도가 미래 경제대국이자 반도체 산업의 거점으로 급부상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인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생산시설 투자는 물론 인재 양성과 스타트업 육성 등을 약속하며 현지에서 보다 밀착된 스킨십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14일 삼성전자 인도법인 뉴스룸에 따르면 벵갈루루에 위치한 삼성반도체인도연구소(SSIR)는 최근 인도에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칩 디자인 프로그램(Chip Design for High School)’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8주 간의 프로그램을 통해 반도체 설계의 기초 교육을 받고 실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게 된다. 청소년들이 일찍이 반도체 산업에서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해 미래를 이끌 유능한 차세대 인재로 키우겠다는 목표가 깔려 있다.
인도는 현재 나렌드라 모디 총리 주도 하에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중요 거점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1년 12월 발표한 투자 유치 프로그램 ‘인도 반도체 미션(ISM)’을 통해 반도체 자립을 선언했다. 인도가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 조기에 인재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해졌다.
발라지 소우리라잔 삼성반도체인도연구소 부사장은 “재능 있는 청소년들이 멘토링과 실무 경험을 통해 미래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며 “미래 리더로서 인도를 이끌 수 있도록 영감을 주고 힘을 실어주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 엔비디아 역시 인도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0월 직접 인도 뭄바이를 찾아 ‘엔비디아 AI 서밋’을 열기도 했다. 엔비디아 AI 서밋에는 약 50개의 인도 스타트업들이 참여해 AI 혁신 전략을 공유했다.
젠슨 황 CEO는 모디 총리와의 회동에 이어 인도과학연구소(IISS), 인도 공과대학(IIT) 등을 찾아 과학기술 연구자들과 만찬을 가지며 적극 교류했다.
이미 약 20년 전 벵갈루루에서 사업을 시작한 엔비디아는 구루그람, 하이데라바드, 푸네까지 총 네 곳에 엔지니어링 개발 센터를 두고 있다. 인도에 근무하는 엔비디아 직원만 3800명이 넘는다.
특히 엔비디아는 자체 ‘인셉션 프로그램’을 통해 현지 스타트업들의 기술 훈련을 돕고 AI 툴과 시장 진출 지원, 벤처 캐피탈(VC)과의 연결 기회를 제공하는 등 인도 유망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더불어 글로벌 메모리 3강인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해 9월 인도 구자라트주에 27억5000만달러(약 3조6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패키징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인도 중앙정부와 구자라트 주정부가 건설비용의 50%, 20%를 각각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1분기부터 생산할 것으로 점쳐진다.
반도체 기업들이 인도로 집결하면서 덩달아 반도체 장비기업들에게도 인도가 ‘기회의 땅’으로 부상했다.
인도 상무부에 따르면 인도의 반도체 장비 수입액은 2023년 3034만달러(약 434억원)로, 전년 대비 64.3% 증가했다. 독일과 중국이 각각 1320만달러(약 189억원)와 1280만달러(약 183억원)로, 인도의 반도체 장비 공급 국가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를 한국이 잇고 있다. 한국은 2023년 인도의 반도체 장비 수입액 170만달러(약 24억원)로, 세 번째로 큰 거래 파트너로 부상했다.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기업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AMAT)는 지난해 6월 벵갈루루에 4억달러(약 5200억원)를 투자해 엔지니어링 센터를 건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장비사 램리서치도 인도에서 10년간 6만명의 반도체 엔지니어 양성에 나섰다.
반도체 업계는 인도 시장의 매력으로 풍부한 인재 풀과 더불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꼽는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자립을 노리는 인도 정부가 인센티브와 보조금을 통해 반도체 제조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