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자신을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으로 투입된 정보병의 딸이라고 소개한 여성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한 시민을 위해 근처 카페에 커피 1000잔을 ‘선결제’해 화제다.
지난 13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 한 카페는 프랑스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하는 ‘그리다’ 씨의 후원 사연을 공개했다.
카페 측은 “유선을 통해 후원하는 이유를 들었다”며 “그 마음이 너무 귀하고 가슴에 울림이 가득했다”고 했다.
그리다 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침이슬로 다시 만난 세계; 어느 계엄군 딸의 고백문 그리고 천 잔의 커피’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꿈도 많고, 재주도 많고, 공부까지 잘했던 우리 엄마. 작은 시골 마을에서 선택할 수 있던 길은 먹여주고, 재워주고, 능력을 인정해주는 군대 뿐”이라며 “어느 날 엄마는 광주로 가라는 명령을 받았다. 정보병이었던 엄마는 거리로 나가지 않았지만, 그 모든 게 지옥처럼 엄마를 짓눌렀다”고 했다.
그리다 씨는 올 여름 한국을 찾아 어머니에게 당시 광주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광주를 도망치듯 빠져나왔던 미안함, 역사의 한가운데에서 그들 곁에 있지 못했던 죄책감, 진실의 반대편에 서있다는 쓸쓸함 때문이었을까”라며 어머니가 ‘아침이슬’을 부르다 목이 메곤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국회 앞 시위 소식을 접하고 “국회에 무장한 계엄군이 진입했으나 시민이 이를 막아냈다는 소식을 접하고 다시 1980년 광주와 어머니를 떠올렸다”며 “비상계엄 사태 이후 사나흘 동안 잠을 못잤다. 시민들에게 마음을 보태는 게 어머니의 몫까지 치유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또 “혁명의 땅 프랑스에서 그 기운을 담아 1000잔 커피를 보낸다”며 “에펠탑 앞에서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며 마음을 보태겠다”고 했다.
그리다 씨는 지난 12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비상계엄 소식을 듣고 마음 같아선 당장 비행기 표를 끊고 한국에 가고 싶었다”며 “하지만 집회장에 못 오시는 분들이 선행을 펼치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 어떻게 해야 더 많은 분께 도움이 될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한편 집회가 이어가는 와중 일부 시민이 ‘선결제’로 함께했다는 내용이 온라인에서 거듭 올라오고 있다.
커피와 쿠키 등 요깃거리는 물론 김치찌개, 콩나물국밥 등 메뉴도 다양하다.
SNS에선 “커피를 받아마셨다”, “감사하다”, “덕분에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다”는 등 반응이 이어졌다.
일부 시민은 아이돌 응원봉 등에 메시지를 붙인 채 거리로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