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탄핵·예산삭감에 비상계엄? 전혀 납득안돼”
“검사 10년이면 민사 모르고, 검사 20년이면 형사 모른다더니…”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12·3 비상계엄은 나라를 살리려는 비상조치”였다고 주장하자 법조계에서도 격앙된 반응들이 쏟아졌다.
지난 12일 윤 대통령은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은 국정 마비의 망국적 비상 상황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대통령 법적 권한으로 행사한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의 잇따른 탄핵과 예산삭감에 대응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었다는 취지다.
이 담화 발표 이후 윤 대통령에게 내란죄 적용이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던 학자들조차 이에 대해 동의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당초 내란죄 여부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한 것은 국회 기능을 정지시킬 국헌문란 목적이 있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게 골자”라며 “그러나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적용할 만한 상황이었다고 주장한 부분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헌법 77조 1항은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의 국정마비·국헌문란을 막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고 하지만, 당시 상황을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는 도저히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서초동 변호사들도 “윤 대통령이 수사기관과 언론에서 그간 제기된 의혹들을 꼼꼼히 정리해서 사실상의 자기변호를 한 것 같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평소 야당 정책을 비판하는 등 보수성향에 가깝다는 한 변호사는 “윤 대통령 담화는 사실상 내란자백에 가까우며, 자신의 진술이 객관적 사실 및 다수 증인들의 증언과 배치되는 점을 감안하면 법조적으로 자책골”이라며 “검사 10년이면 민사 모르고, 검사 20년(부장검사로서 결제만 해 형사실무를 접하지 않는단 말)이면 형사 모른다는 말을 몸소 확인시켜줬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의혹이 있었다면, 비상계엄이 아니라 대통령실에서 정식으로 의혹을 공론화하면 될 일”이라며 “국방과 대북정책에서 마약·딥페이크 등 민생범죄까지 언급하며 계엄을 정당화했지만, 논리적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성명서를 냈던 대한변호사협회도 “비상계엄 선포는 자유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위헌행위이며, 12일 담화 역시 적절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김영훈 대한변협회장은 이날 국회 세미나에서 “각 수사기관이 앞다퉈 피의자들을 긴급체포하고 대통령에 대해서도 긴급체포를 주장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점”이라며 “아무리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건이라도 적법절차를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