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공정 데이터 AI로 분석·예측

디지털트윈으로 생산조건 사전 시험

수기로 관리하던 온도·압력 등 실시간 데이터화

200억원 투입 ‘와이즈팩토리’…中企 공동 활용

산업부·산단공 AX실증산단 구축…‘M.AX’ 확산

강원 춘천시 후평산업단지 내부에 있는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 공장 모습. 실제로 바이오 기업들은 이곳을 활용해서 홍삼액기스 등 제품을 생산한다. [부애리 기자]
강원 춘천시 후평산업단지 내부에 있는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 공장 모습. 실제로 바이오 기업들은 이곳을 활용해서 홍삼액기스 등 제품을 생산한다. [부애리 기자]

[헤럴드경제(춘천)=부애리 기자] “바이오 제조 데이터를 표준화해 인공지능(AI) 표준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창업기업들이 이 모델을 활용하면 시행착오를 줄이고 현장에 보다 빠르게 진입할 수 있습니다.”

지난 21일 강원 춘천시 후평산업단지에서 만난 이범호 한국산업단지공단 춘천지사장은 후평산단에서 추진 중인 인공지능 전환(AX)의 목표를 이같이 설명했다. 사람이 경험에 의존해 관리하던 바이오 제조공정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AI가 이를 분석해 검증된 모델을 중소·창업기업으로 확산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날 찾은 후평산단 내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에서는 발효·추출·농축·건조 등 바이오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AI와 연결하는 AX 실증이 추진되고 있었다. 단순 자동화를 넘어 AI가 축적된 데이터를 학습해 품질 이상을 예측하고 작업자의 판단을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태섭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 생산지원실장은 “기존 스마트공장이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통해 설비 데이터를 수집하고 모니터링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와이즈(WISE) 팩토리는 생산·품질·설비 데이터를 AI와 연결하는 것”이라며 “AI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판단해 생산 현장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업은 산업통상부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추진하는 ‘AX 실증산단 구축사업’의 일환이다. 2028년까지 총 199억8000만원을 투입해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에 519평 규모의 ‘와이즈 팩토리’를 구축한다. AX 대표선도공장과 제조AI 오픈랩, 가상공장 실증플랫폼 등을 갖춰 제조업 AI 대전환(M.AX) 확산 거점으로 활용한다.

강원 춘천시 후평산업단지 내부에 있는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 공장 모습. 실제로 바이오 기업들은 이곳을 활용해서 홍삼액기스 등 제품을 생산한다. [부애리 기자]
강원 춘천시 후평산업단지 내부에 있는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 공장 모습. 실제로 바이오 기업들은 이곳을 활용해서 홍삼액기스 등 제품을 생산한다. [부애리 기자]

공정 데이터, AI가 분석…실제 생산 전 ‘가상공장’서 시뮬레이션

대표적인 사례가 발효 공정이다. 미생물을 배양할 때는 온도와 수소이온농도(pH), 압력 등이 제품 품질에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작업자가 직접 공정 상황을 확인하고 기록했다면 앞으로는 센서를 통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AI가 과거 생산·품질 데이터와 함께 분석한다.

이 실장은 “AI가 실시간 공정 데이터와 과거 품질 데이터를 함께 분석해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이나 이상 가능성을 찾아내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생산이 끝난 뒤 완제품 검사를 통해 적합 여부를 확인하지만, AX가 적용되면 생산 과정에서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AI가 분석해 이상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 타정·캡슐 공정에서는 비전 AI를 활용해 정상 제품과 다른 형태 등을 판별하는 방식도 도입할 예정이다. 다만 최종적인 공정 판단과 책임은 사람이 맡고 AI는 작업자의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AI 공급기업인 알엠에쓰플렛폼은 바이오 제조공정에 활용되는 약 30종의 설비를 가상공간에 구현해 기업이 생산 조건을 사전에 시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윤호 알엠에쓰플렛폼 대표는 “온도·습도·압력 등을 작업자가 수작업으로 기록하고 감각적으로 판단했던 부분을 이제 설비 데이터로 확보하고 AI가 학습하게 된다”라며 “데이터를 근거로 AI가 공정 운영에 필요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것이 기존 자동화와 가장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자체 생산시설을 갖추기 어려운 중소·창업기업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에는 추출·농축·발효·건조·타정 등 생산장비가 구축돼 있으며, 이 실장에 따르면 연간 약 100개 기업이 2000건가량 장비를 이용한다. 기업들이 원료와 자재를 가져와 공용장비를 사용하는 데다, 바이오 제조공정은 사용하는 장비와 센서 위치, 수집하는 온도·압력 등의 데이터가 유사해 공정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AI 모델을 만드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앞으로는 디지털트윈을 이용해 실제 장비를 가동하기 전 가상공장에서 온도·압력 등 조건 값을 바꿔가며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이 실장은 “AX 통합플랫폼이 구축되면 직접 찾아오지 않고도 기업 현장에서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조건 값에 따라 어떤 결과물이 나오는지 예측할 수 있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표준화된 AX 모델이 구축될 경우 바이오 사업을 처음 시작하는 기업의 사전 준비와 운영, 시행착오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30%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비용·인력 부담에 AX 도입 ‘주저’…中企 확산 관건

다만 바이오 분야는 다른 제조업보다 새로운 설비나 공정 도입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특성이 있다. 제품의 안전성과 품질에 직결되는 데다 생산 장비나 공정을 변경할 경우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관련 재검증 부담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초기 도입 비용과 전문인력 부족까지 더해지면서 중소기업에는 AX 도입 자체가 부담될 수 있다.

조미정 강원정보문화산업진흥원 AI혁신본부장은 “기업들이 AI의 필요성은 느끼고 있지만 자사 공정의 어느 부분에 적용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전략이나 인식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며 “숙련된 현장 근로자들의 수기 기록이나 경험과 노하우에 의존하던 부분을 데이터로 끄집어내는 것도 이번 사업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산단공은 공공 실증공장에서 먼저 AX의 효과를 입증해 기업들의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이 지사장은 “공공에서 먼저 실증해 데이터가 실제로 모이고 도입 효과가 크다는 점이 입증되면 ‘우리도 해보겠다’라는 기업들이 나올 수 있다”라며 “AI 표준모델을 만들어 창업기업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다른 바이오기업과 산업단지로 확산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헤럴드경제·한국산업단지공단 공동기획


b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