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국내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를 둘러싸고, 증권가의 눈높이가 극과 극으로 엇갈리고 있다. 3분기 실적이 일시적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진단은 같았지만, 이를 해석하는 시각에 따라 한쪽은 목표주가를 63만원으로 파격 상향한 반면, 다른 한쪽은 목표주가 35만원을 유지했다.
같은날 두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주가가 1.8배(격차 28만원)나 벌어진 셈이다. 반도체 ‘피크아웃’(정점 통과) 논란이 얼마나 팽팽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유안타증권과 키움증권은 지난 23일 나란히 삼성전자 관련 리포트를 발간했다. 유안타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53만원에서 63만원으로 19% 올렸다. 키움증권은 기존 목표주가 35만원을 유지했다. 22일 종가 27만6500원을 기준으로, 상승 여력이 각각 128%와 27%로 엇갈렸다. 두 곳 모두 투자의견은 ‘매수’다.
이들은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100조~107조원 안팎에 그치며, 기대치를 다소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원/달러 환율의 하락과 메모리 가격 상승률 둔화 등이 단기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3분기 이후 미래를 보는 시선은 갈렸다. 유안타증권은 내년 영업이익을 590조원으로 올해(358조원)보다 65% 늘어날 것으로 봤다. 반면 키움증권은 내년 영업이익을 346조원으로, 올해(365조원)보다 5%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회사의 같은 해 실적을 두고 244조원이나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유안타증권은 단기 가격 상승폭 둔화보다 ‘업사이클 장기화’와 ‘막대한 잉여현금흐름(FCF)’ 높게 평가하며, 피크아웃 우려에 따른 주가 조정을 중장기 관점에서 매수 기회로 봤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신규 증설과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노이즈로 인한 2028년 피크아웃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으나, HBM 생산 증설이 범용 D램 생산능력을 잠식하고 있고, 인공지능(AI) 추론 확산에 따른 고용량 메모리 수요를 감안하면 공급 제약의 해소 시점은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메모리 업사이클이 길어지면서 FCF 또한 구조적으로 확대, 내년 1월 발표 예정인 2027~2029년 주주환원 정책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도 주가 상승의 근거로 들었다. 목표주가 63만원은 2027년 주당순자산(BPS) 17만9148원에 목표 주가순자산비율(PBR) 3.5배를 적용한 값이다.
반면, 키움증권은 범용 메모리 가격 급등 사이클이 일단락됐다고 판단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전사 실적을 견인했던 범용 D램과 낸드의 가격은 고객들의 가격 저항 및 컨슈머 수요 부진 영향으로 인해 올 4분기, 전 분기 대비 각각 3%, 12% 상승하는데 그칠 것으로 판단된다”며 “여기에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양쯔메모리(YMTC)와의 점유율 경쟁 하에서 가격 하락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박 연구원 HBM과 파운드리 부문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며,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매수 접근을 추천했다. 그는 “이제 투자 포인트를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에서 ‘HBM과 파운드리의 점유율 확대’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피크아웃 우려를 반영한 신중론이 제기됐지만, 여의도 증권가의 지배적인 기류는 여전히 ‘슈퍼사이클의 연장’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
앞서 22일 보고서를 낸 대신증권은 목표주가 56만원을 유지하며 수급 격차 확대를 예고했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차년도 수요 협상에서 다수의 고객들이 예상치를 상회하는 구매물량을 제시하면서 2025년 하반기 목격했던 구매 경쟁의 심화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며 “삼성전자는 매년 계약을 1년씩 갱신해 총 5년의 수요 가시성을 확보하는 ‘롤링 베이스(Rolling Base)’ 기반의 방식을 통해 사이클 변동성을 줄이고 있으며, 현재 2031년 물량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KB증권 역시 삼성전자의 증설의 중심이 HBM에 집중되면서 범용 D램의 캐파(생산능력)가 지속 축소, 공급 부족 현상이 구조적으로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서버용 고용량 DDR5의 주문부터 납품까지 리드타임은 정상치(6주)의 8배가 넘는 최대 52주까지 확대됐고, 9월 삼성전자의 D램 재고는 10일 미만으로 역사적 저점 수준”이라며 “3분기와 4분기 범용 D램 가격은 두 자릿수 상승하며 시장 기대치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KB증권이 앞서 제시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는 60만원이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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