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K팝의 글로벌 영향력이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졌지만 국내 주요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주가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 스트레이키즈, 블랙핑크·빅뱅 등 기존 ‘메가 지식재산권(IP)’의 흥행력은 여전히 막강하지만, 시장의 시선이 이제 이들의 뒤를 이을 차세대 IP로 옮겨가고 있어서다. 증권가에서는 엔터 업종이 본격적인 ‘세대 교체의 기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하이브 주가는 16만5900원으로 52주 최고가인 40만4500원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JYP Ent. 역시 3만8500원으로 52주 최고가 8만5000원을 밑돌고 있으며, 와이지엔터테인먼트도 4만3850원으로 52주 최고가 10만5500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글로벌 무대에서 K팝의 위상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스트레이키즈는 지난해 월드투어로 1억8570만달러의 매출을 올려 빌보드 기준 전 세계 아티스트 가운데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K팝 아티스트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순위다.
과거 수년이 걸렸던 신인 그룹의 서구권 진출 속도 역시 빨라졌다. 와이지의 베이비몬스터는 데뷔 후 11개월 만에 북미 월드투어에 진입했고, 하이브 코르티스 역시 12개월 만에 북미에 진출했다.
그럼에도 주가가 K팝의 글로벌 성장세를 그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배경에는 공통적으로 ‘미래 IP’에 대한 우려가 자리한다. 기존 간판 아티스트의 연차가 쌓이면서 재계약과 군 복무, 멤버별 소속사 변경 등에 따른 활동 공백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실적을 이어받을 저연차·신인 IP 확보 여부가 기업가치를 좌우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고민이 가장 뚜렷한 곳은 하이브다. 올해는 BTS의 완전체 활동 재개 효과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 SK증권은 하이브의 올해 매출을 5조1120억원으로 전년 대비 93.2%, 영업이익은 3018억원으로 504.9%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BTS와 함께 코르티스·캣츠아이 등 저연차 IP의 성장도 실적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BTS의 활동 강도가 낮아진 이후다. SK증권은 BTS의 내년 하반기 활동 계획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점을 반영해 2027년 하이브 매출이 4조6200억원으로 9.8%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투자의견 ‘매수’는 유지하면서도 목표주가는 기존 35만원에서 29만원으로 낮췄다. 올해 이익이 BTS 월드투어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밸류에이션 하락을 함께 반영했다.
JYP 역시 스트레이키즈라는 강력한 메가 IP를 보유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세대 교체가 숙제다. SK증권은 올해 JYP의 매출을 8665억원, 영업이익을 1630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5.2%, 5.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트레이키즈의 새 앨범 초동 판매량이 약 330만장에 달하고 월드투어가 돔·스타디움급으로 확대되는 등 팬덤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호재다.
반면 트와이스는 최근 월드투어를 마친 데다 정연과 채영의 소속사 이탈로 완전체 활동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스트레이키즈 역시 향후 군 복무 공백 가능성을 피하기 어렵다.
이에 엔믹스와 넥스지, 킥플립 등 후속 IP의 성장이 메가 IP 공백기 실적 방어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SK증권은 JYP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6만6000원을 유지했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의 상황도 비슷하다. 올해는 창립 30주년과 빅뱅 20주년, 블랙핑크 10주년이 겹치면서 기존 메가 IP의 활동이 집중되는 해다.
이에 올해 매출은 6867억원, 영업이익은 920억원으로 각각 25.9%, 28.9% 증가할 전망이다. 빅뱅 월드투어와 베이비몬스터·트레저의 성장도 동시에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
그러나 내년에는 메가 IP 활동 공백이 예정돼 있다. SK증권은 와이지의 2027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269억원, 683억원으로 올해보다 23%, 26%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베이비몬스터의 서구권 확장과 올해 9월 데뷔 예정인 신인 남자그룹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느냐가 향후 실적의 관건이다.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6만3000원은 유지했다.
증권가에서는 결국 엔터주가 다시 상승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기존 메가 IP의 흥행보다 ‘그 다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K팝 자체의 글로벌 시장은 커졌지만 간판 그룹의 연차 상승에 따른 공백을 메울 신인 IP가 등장하지 못할 경우 실적과 기업가치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서다.
반대로 신인 그룹이 빠르게 글로벌 팬덤을 확보해 메가 IP로 성장하는 모습이 확인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세대 교체가 엔터 업종의 새로운 주가 상승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준형 SK증권 연구원은 하이브와 관련 “저연차 IP 가 이익의 질을 바꾼다”며 “동사는 단일 IP 의존도가 높아 이를 완화할 신인 IP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에 대해서도 “세대 교체의 기간”이라며 “2027년은 메가 IP 활동 공백이 예정돼 있어 기존 IP 만으로 실적을 방어해야 하는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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