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수급이 위험 수위다. 연일 계속되는 강추위로 난방용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10일에는 최대 전력수요가 7184만㎾를 기록,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통상 예비전력을 600만㎾ 이상 유지해야 안정적 전기 공급이 가능한데 지금은 400만㎾ 확보도 버거운 상태라고 한다. 이 선마저 무너지면 전력 주파수와 전압조정 불안정으로 반도체 산업 등에 당장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된다. 경우에 따라 지역적으로 강제로 전기를 끊는 최악의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정부는 비상대책본부를 꾸리고,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이 전력 사용 자제를 당부하는 담화를 발표하는 등 수급 안정에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왜곡된 전기요금 구조 등 근본 대책 없는 단기 처방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전력난 심화의 핵심은 값싼 전기료다. 기름이나 가스 등 다른 난방용 에너지에 비해 이용이 편리하고 저렴해 난방 수요가 전기로 몰리는 것이다. 전기로 건물 전체를 난방하는 시스템 도입이 붐을 이루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러다 보니 난방용 수요가 전체 전기사용량의 24%까지 올라갔다. 도시가스와 등유 등 난방용 에너지 가격은 지난 2004년 대비 50%가 올랐지만 전기료는 고작 13%밖에 오르지 않았다. 아예 공급 가격이 원가의 90% 선에 머물고 있다. 이런 가격 구조를 해소하지 않으면 겨울마다 전기가 모자라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에너지원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입장에선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고 아껴 쓰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나 정부가 아무리 강조해도 에너지 절약 개념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것은 전기요금이 싼 것과 무관치 않다. 산업현장에서는 값싸고 품질 좋은 전기를 마음껏 쓰는데 굳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설비 투자를 할 이유가 없다. 연탄 대신 값싼 전기로 농사용 하우스 난방을 해결하는 기막힌 일이 적지 않다. 전기는 효율이 낮은 비싼 에너지다. 석유로 전기를 만들면 원래 열량의 36%밖에 나오지 않는다. 가스가 높다고 하나 75% 선이다. 이렇게 생산된 2차 에너지 전기가 원료 값보다 오히려 싸게 팔리니 너도나도 펑펑 써대는 것이다. 아파트와 사무실 등 빌딩들의 적정 실내온도 지키기는 먼 나라 얘기다. 적어도 전기요금은 에너지 국제 가격에 연동하고 생산원가를 넘어서는 수준이 돼야 상식에 맞다. 전기요금 체계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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