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국가신용등급 추락은 여야 간 복지 선심 경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에게 매서운 죽비 같은 경고다. 지금 당장의 우리가 같은 처지이기 때문이다. 세계는 지금 금융 위기에서 여전히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서유럽 몇 나라는 막대한 재정으로 겨우 지탱해 온 경제 회복이 더디고, 어디서 다시 둑이 무너질지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하다. 그런데도 각국 정부와 정치인들은 위기의 실체를 외면하고 있다. 표와 인기주의라는 정치판의 원초적 DNA 결손이 위기의식을 실종시키고, 정략적 계산에만 골몰하는 동안 개별적 위기가 급속히 지구적 연쇄반응을 불러오는 것이다. 영국과 프랑스 등 일부에서 문제 극복을 시도하고 있으나 완강한 기득권의 저항에 직면, 성패는 오리무중이다. 일본의 신용등급 하락은 오래전부터 예견된 일로 단 시일 내 해결되기 어렵고, 당장 미국의 신용등급에 미칠 영향이 주목될 만큼 세계 경제는 상호 의존 관계다. 국가채무 1000조엔, 국내총생산(GDP)의 200%를 넘는 일본의 경우 신용등급의 하향 조정에도 불구하고 재정 개혁의 전망은 멀다. 소비세 인상이나 복지 지출 감축 등 본원적 개혁은 엄두를 내지 못한 채 정치 선심만 남발하는 모습은 거울에 비친 우리 스스로의 모습과 너무나 같다. 무상보육,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 무상복지 경쟁에 몰입하고 있는 우리 현실은 성장잠재력 정체와 고용 정체, 고령화에 따른 국민소득 정체와는 전혀 상반되는 시대착오적 정치 유희를 연상시킨다. 역설이지만 일본 재정은 그래도 우리보다 낫다. 빚이 GDP의 200%를 넘어도 대부분 자국 내 빚이고 대외 준비가 안정돼 있다. 우리는 명목상으로 빚이 34%에 불과해도 숨겨진 빚이 100조원을 넘는다. 계산에서 빠진 공기업 빚까지 더하면 부채비율은 폭증한다. 이런 것들은 통계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의 건전성, 안정성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나아가 국가채무의 빠른 증가속도를 경계해야 한다. 아무리 통계로 호도해봤자 본원적 채무 증가에는 당할 도리가 없다. 여야는 더 이상 정략적 복지 선심 경쟁을 지양해야 한다. 나라의 현실과 지구적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여 장기 생존전략 경쟁으로 진일보해야 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나라 살림 거덜내는 복지 선심 경쟁이 아니라 다가오는 어려운 시대를 대비하는 재정 개혁과 복지 전달수단 등 복지 개혁을 두고 경쟁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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