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의 신공항 유치 여론과 달리 ‘동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 발언을 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발언에 대해 동남권 신공항의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점과 신공항의 입지를 놓고 지역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 소신발언이란 분석을 내놓는가 하면, 청와대와의 교감과 정치적 계산을 마친 뒤 나온 발언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 전 의장의 지역구는 부산 영도다. 신공항 입지에 대해 부산이 가덕도를, 대구ㆍ울산ㆍ경남북이 경남 밀양 유치를 각각 주장하는 가운데 가덕도는 영도 인근이다. 김 전 의장은 9일 “(동남권 신공항 건설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며 “이 발언으로 지역에서 저의 입지는 매우 좁아지겠지만 정부가 타이밍을 놓쳐 영남권 분열을 일으키고 패자만 생기는 일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정치인은 표에 민감하다. 대형 국책사업을 자신의 지역구 또는 인근에 유치하는 일에 목매는 게 정치인이다. 때문에 그의 발언은 정치적 논리를 배제했다는 데 무게가 실리면서 중량감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실 흉물이 돼 버린 지방공항은 동남권 신공항이 과연 필요한지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 자고 나면 새로 생기는 도로와 서울~부산을 2시간 만에 달리는 KTX에 밀려 지방공항이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더욱이 동남권 신공항 입지를 두고 영남 지역의 지역갈등을 촉발하면서 소모적인 논쟁을 지속하고 있다. 영남권 정치인들은 둘로 나뉘어 싸우고 있다. 때문에 이 시점에서 결론을 내야 한다는 것이 김 전 의장의 주장이다. 그는 “공약은 정치적 약속이므로 다 지킬 수 없다. 다만 노력이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 그의 이러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일각에선 최근 여론에 부담을 느낀 청와대와 여권 수뇌부가 동남권 신공항을 백지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상태에서 김 전 의장이 먼저 제기한 것 아니냐는 시각을 보내고 있다. 이를 통해 자신의 말과 달리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포석 아니냐는 것이다. 가덕도든 밀양이든, 기존 김해공항 확장이든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적지 않은 후유증에 시달릴 게 분명하지만, 그 과정에서 보인 정치인들의 입장은 향후 그들의 입지를 결정할 전망이다. 조동석 기자/dscho@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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