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우익 주중대사가 1년4개월여 만에 국내로 복귀한다. 미묘한 시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는 종반을 치닫고, 개각과 청와대 개편의 열쇠를 쥔 4ㆍ27 재보선은 코앞이다. 친정체제 구축에 관한 입소문이 어느 때보다 무성하다. 이런 때를 맞춰 이명박 정부의 ‘이데올로그’인 류 대사가 귀환하는 것이다. 이 대통령과 류 대사. 두 사람의 인연은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대통령은 재선의원 시절 경부대운하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해 류우익 당시 서울대 교수를 찾아 조언을 구했다. 이후 두 사람은 뜻이 맞았고, ‘말동무’가 됐다. 류 대사는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캠프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연구원(GSI) 원장을 맡아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기초했다. 현 정부 초대 대통령실장도 그의 몫이었다. 일약 정권의 실세로 떠오른 그는 촛불시위의 책임을 지고 4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읍참마속’은 그러나 2009년 12월 주중대사로 부활, 대중외교 강화와 남북관계 개선의 중책을 맡았다. 류 대사의 재임활동에 대한 평가는 분분하다. 대미 일방외교를 교정하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도 함께 물 밑에서 양국 정부의 협력 관계에 기여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1년4개월 만에 황급히 직을 내려놓은 것으로 봐서, 류 대사의 종착역이 중국이 아니었음은 확실해졌다. 정치권의 관심은 온통 류 대사의 다음 행보에 쏠려 있다. 네 자리 정도에서 하마평이 오르내린다. 통일부 장관은 중국 대사 프리미엄, 국토부 장관은 지리학과 교수 출신, 국정원장은 정권실세의 권력기관 장악, 대통령실장은 명예회복과 친정체제 구축 차원이다. 그러나 통일부는 MB정부에서 ‘잉여부처’로 폄하된 곳이고, 국토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마무리 단계다. 국정원장은 원세훈 원장의 연쇄이동이 필요한 자리이고, 대통령실장은 이미 실패했던 자리에 재기용하는 정치적 무리수를 떠안아야 한다. 자리마다 장단점이 선명하다. 이 대통령의 선택이 주목받는 이유다. 류 대사에게 잠시 휴식을 주고 국정원장으로 부른다면 원 원장의 대통령실장 이동설에 무게가 실리면서 청와대 조직은 골격을 다시 짜게 된다. 통일부를 맡긴다면 지난 3년간 대치해온 남북관계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공산이 크다. 나머지 2곳은 선택지의 후순위일 가능성이 높다. 류 대사가 어느 곳에 둥지를 틀든, 이 대통령의 최측근 실세가 지근거리로 돌아온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정권 말 권력누수 차단과 정권 재창출의 막중한 임무 앞에 그가 서 있다. <양춘병 기자@madamr123> ya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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