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 고위 간부의 애인, 미녀 간첩, 인민군 저격수, 국가대표 탁구선수. 톱스타 여배우가 잇따라 ‘북녀(北女)’로 변신한다. 분단ㆍ전쟁 소재의 영화와 드라마가 줄지으면서 북한 여성을 연기하는 여배우에게 눈길이 쏠린다. 김규리 한예슬 김옥빈 배두나 등이 그 주인공이다. 먼저 최근 개봉한 ‘풍산개’에선 김규리가 남측으로 망명한 북측 고위 간부의 애인 역할을 맡았다. 김규리는 영화 크랭크인 이틀 전에야 출연을 확정했지만 실제 탈북 인사의 말을 녹음해 북한 사투리를 연습했다. 한예슬은 오는 11일 첫 방송되는 KBS2 ‘스파이 명월’에서 북한의 미녀 스파이로 출연한다. 남한의 한류 스타(에릭)를 포섭해 납북해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미녀 간첩이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한국전쟁 소재의 영화 ‘고지전’에선 김옥빈이 극중 유일한 여성이자 인민군 저격수 역을 맡았다.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 저격수로 사람이 먼저 쓰러지고 정확히 2초 후 총소리가 들린다고 해서 ‘2초’로 불리는 의문의 인물이다. 남측 병사를 공포로 몰아넣는 존재다. 배두나는 영화 ‘코리아’에서 북측 국가대표 탁구선수 ‘리분희’ 역할을 맡았다. ‘코리아’는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때 사상 첫 남북 단일팀이 우승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리분희’ 역시 실존인물로 배두나는 남측 국가대표 현정화 역을 맡은 하지원과 팀을 이루게 된다. 영화는 추석 개봉 예정이다. 과거 북한 여성 역을 맡아 인기를 끈 예로는 ‘쉬리’에서 남파 공작원으로 출연했던 김윤진이 있다. 하지만 이후 북한 여성이 영화ㆍ드라마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거나 톱스타 여배우가 극중 역할을 맡았던 예는 드물었다. 그러나 최근엔 다양한 소재와 시각의 분단 소재 영화가 줄을 잇고 2000년대 이후 남북 교류 증가로 양측의 정보가 훨씬 폭넓게 공개되면서 북한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 많아졌다. 전쟁영화에서 첩보영화, 스포츠 휴먼드라마, 로맨틱 코미디까지 분단을 소재로 한 각양각색의 장르가 시도되면서 극중 북한 여성의 이미지도 다양해졌다. 이형석 기자/su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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