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을 잘 돌보니 실적도 좋아지더라고요.” 이남희 우리은행 자금운용지원부 영업본부장은 부서 내 직원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특히 여성 직원 사이에선 ‘본받고 싶은’ 여성 선배 1위로 손꼽힌다. 지난해 12월 부장에서 한 직급 승진해 우리은행 ‘3대 여성 본부장’이 된 그는 이런 인기가 어색하다. “은행의 기본은 리스크 관리입니다. 하지만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내부 직원들이죠. 그들을 잘 돌보아줘야 해요. 이 두 가지만 잘되면 실적은 따라오게 마련입니다.” 경쟁이 심한 은행에서 임원 반열에 오른 커리어우먼들은 대개 깐깐하고 예민할 것이라고 오해받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 본부장의 트레이드마크는 소탈이다. 후배 직원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성격에 오히려 직원들이 놀라기 일쑤다. ‘번개 회식’이 대표적이다. 이 본부장은 종종 뜬금없이 직원들에게 “오늘 맥주 한잔 어때요?”라고 제안하곤 한다. 종일 컴퓨터와 서류뭉치, 전화통과 싸우고 지친 직원들의 사기를 올려주기 위해서다. 이 본부장은 이 시간을 통해 직원들과 소통의 기회를 갖는다. “은행은 서비스업입니다. 고객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내부 고객인 직원들을 잘 건사해야죠. 그래야 고객들에게도 잘할 거 아니겠어요?” 이 본부장은 국내 은행권에서 좀처럼 찾기 힘든 ‘여성 외환 전문가’ 출신이다. 1979년 상업은행(우리은행 전신)에 입행한 이 본부장은 은행원 초년생 시절 수출입, 무역금융 업무를 맡으면서 국제 금융 감각을 익혔다.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국제 금융 업무는 후임자에게도 잘 가르쳐주지 않는 시절이었다. 여성 후배가 배우기는 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계장과 과장, 차장까지 6년 남짓 해외 금융기관을 관리하는 ‘고객전담역(RMㆍRelationship Manager)’을 하면서 영어 실력도 수준급으로 올렸다. 해외 금융기관 고객과의 면담은 기본이고, 영문으로 된 연간보고서와 각종 금융ㆍ경제 관련 자료들도 직접 작성했다. 그러면서 증권펀드투자상담사, 선물중개사, 영어전문번역사 등 금융 관련 자격증도 구비했다. 꾸준한 자기계발의 결과는 이 본부장을 당시 몇 안 되는 여성 외환딜러로 만들었다. 최근에는 여성가족부가 추진하는 ‘여성 인재 풀(정부위원회 추천 및 국가인재데이터베이스 등록)’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 본부장은 화려한 국제 금융 경력과 달리 의류학을 전공했다. 이 본부장은 “당시 공채를 통해 직원을 뽑는 곳은 몇 군데 없었다”면서 “때마침 상업은행이 공채를 뽑아 처음으로 은행권에 발을 들여놓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권이 보수적이지만 그나마 양성평등이 가능한 직장”이라면서 “다만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육아나 자녀교육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후배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그러나 “자신이 확실한 목표만 있다면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도 반드시 있다”면서 “자신의 꿈을 현실적 제약 때문에 쉽게 포기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최진성 기자/i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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