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은 좋지만 내용은 답답했다’ 조광래 감독이 이끌고 있는 월드컵 대표팀의 명암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대표팀은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예선에서 현재까지 성적이 승점 10점(3승1무)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5일 레바논전만 이기면 6차전(쿠웨이트·3위·승점 5·1승2무1패) 결과와 무관하게 최종 예선 진출을 확정짓는다. 대표팀의 성적표가 이처럼 기대이상 좋지만 실제 전력은 낙제점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적인 예는 지난 11일 UAE전이었다. 한국은 패스 숫자에선 532개로 UAE의 206개 보다 월등하게 많았다. 하지만 앞쪽에 있는 선수에게 패스한 것은 281개(53%)였고, 횡패스가 102개(19%), 백패스가 149개(28%)였다. 패스 절반이 옆이나 뒤로 돌리는 패스로 득점을 노리는 패스와는 거리가 멀었다. 어설픈 패스가 화를 부르기도 했다. 상대팀이 뽑아낸 슈팅 7개가 모두 우리의 횡패스를 끊고 벌어진 역습이었다. 조광래 감독이 스페인식 빠른 축구를 지향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던 일명 ‘만화축구’가 올 6월 세르비아와 가나와 평가전에서 각각 2대1로 승리한 뒤부터 실종됐다. 월드컵 3차 예선에서 레바논과의 첫 경기는 6-0으로 대승을 거뒀지만 쿠웨이트전은 1-1로 비겼고, 아랍에미리트(UAE)전에서는 상대의 자책골로 신승을 하며 간신히 체면을 살렸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으로 한국(31위)은 쿠웨이트(96위), UAE(113위), 레바논(146위)보다 전력이 월등하게 앞선다. 올림픽 본선에 진출하더라도 미래가 암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표팀이 이렇게 된 데는 이유도 있다. 부진했던 선수를 붙잡고 계속 기용하며 새 얼굴 발탁에 게을렀다. 대표팀 선수 간 경쟁도 사라졌다. 오로지 허망하고 기본기 없는 패싱축구로 해외파 선수들 몇 명의 활약에 의존해온 결과가 드러났다. 한국은 15일 레바논전을 앞두고 이근호-손흥민(함부르크)-서정진(전북)의 3톱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근호(38경기)를 제외한 손흥민과 서정진의 A매치 기록은 각 7경기, 2경기에 불과하다. 구자철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공격형 미드필더 이승기(광주)는 UAE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새내기다. 조 감독은 “올해는 시련의 시기다. 대표팀의 주축이었던 박지성과 이영표가 태극마크를 반납했고, 주전급 선수의 부상으로 원하는 플레이를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형준 기자/cerju@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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