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80년대 간첩 누명을 쓴 재일동포들에 대한 재심에서 심리를 맡은 부장판사가 직접 사과의 뜻을 밝혔다. 23일 서울고등법원에 따르면 전날 이 법원 형사12부(부장판사 최재형) 심리로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모 씨에 대한 재심사건 선고공판이 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당시 불법 구금과 가혹행위를 당한 끝에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지령을 받고 대남공작 차원에서 유학생을 모집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박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일동포 출신으로 한국에서 유학한 박 씨는 북한의 지령을 받고서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가 운영하는 학교에 한국 유학생들을 유치하려 한 혐의로 지난 83년 기소돼 징역 10년, 자격정지 10년을 선고받아 이듬해 형이 확정됐다. 이어 재판부는 77년 유학 중 지인의 친척에게 불온서신을 전달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로 기소된 재일동포 유모 씨에 대한 재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이적표현물을 제작해 반공법을 위반한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날 선고를 마친 최재형 부장판사는 “당시 우리나라가 분단 상황에서 남북이 첨예한 긴장관계를 유지했던 점을 고려하더라도, 피고인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법원이 당연히 해야 할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재판부가 법원과 국가를 대표하지는 않지만 당시 진실을 제대로 밝히지 못한 점에 대해 사법부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최 부장판사의 말이 끝나자 고요한 긴장 속에 재판을 지켜보던 피고인 가족과 지인들은 누명을 벗었다는 기쁨에 눈물을 떨어뜨렸다. 박 씨는 “28년 만에 올바른 판결을 내려주신 대한민국 법원에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연주 기자/oh@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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