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4회> 모든 길은 하나로! (13)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어머나, 왜 이래요?”

“당신 눈에서 별이 번쩍이게 할 만한 좋은 생각이 있소. 지금 당장 게리플레이어 코스 필드로 나갑시다.”

강준호의 완력이 어찌나 셌던지, 신희영은 용수철이 튕겨져 나오듯 침대 위에서 빠져 나오고야 말았다. 몰골은? 말하자면 가관이었다. 스트레이트 퍼머를 했던 그녀의 머리카락은 물기에 젖어 약간 곱슬한 채로 길게 풀어내려져 있었고, 방금 전까지 침대 위에서 전초전을 벌이던 중이었으므로 제법 헝클어진 상태였다.

“이러고 밖엘 나가요? 필드로? 미쳤어요?”

그러고 보니 반은 벗겨지고 반은 걸쳐진 핑크색 나이트 까운도 축축하게 젖어서 늘어져 있었다. 샤워를 하느라고 젖은 것인지 방금 전에 벌인 전초전에서 땀을 흘린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뿐 만이 아니었다. 조금 전까지 강준호가 그녀의 몸을 헤집고 있었으니… 브래지어 끈 한쪽은 어깨에 걸려 있었고 나머지 한쪽 끈은 허리 밑으로 길게 흘러내려 덜렁거리고 있었다.

“미치긴 내가 왜 미쳐요? 느닷없이 떠오른 생각이긴 하지만… 게리플레이어 골프장의 그린 잔디가 엄청 부드럽다오.”

이를테면 신희영은 반쯤 벗고 반쯤 입은 형상이었다. 그나마 삼각팬티라도 제대로 갖춰 입고 있는 것이 큰 다행이었다. 그녀는 허겁지겁 브래지어를 고쳐 입고, 핑크색 까운을 제대로 걸친 후에 허리에 벨트를 동여매었다.

“그린 잔디에서… 하자고요?”

“깜깜한데 아무러면 어때요?”

“제 정신예요?”

“게리플레이어 그린은 너무 좁아서 빈대떡이라고들 부른다고요. 크기가 딱 호텔의 물침대 만이나 할까?”

“어머나… 정말!”

그는 신희영의 손목을 잡아끌어 밖으로 향했다. 나이트 까운 차림으로 당당히 프런트를 통과할 수는 없었으므로 그는 객실을 따라 이어진 복도 끝으로 힘껏 달렸다. 그가 묵는 객실 룸은 2층이었는데 마침 복도 끝마다 긴급대피를 위한 비상구가 열려 있었다.

“아이고… 숨차, 그만 뛰어요.”

“조금만 더 뛰면 돼요. 필드로 나가기만 하면 아무에게도 들킬 염려가 없어. 필드에선 온 세상이… 온 아프리카가 우리들만의 요람이 될 거요.”

“차라리 벙커 속으로 숨을까요? 붉은 모래로 가득 차 있던 벙커.”

“모래밭에서 잘못하다간 혼쭐나요. 모래가 끼면…”

“어머, 망측해라.”

그래도 프랑스 라제니 골프장에서는 모든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알몸으로 골프를 친 경력도 있지 않은가? 그런 까닭인지 막상 호텔 복도를 벗어나자 그들의 마음은 느긋해지기 시작했다. 사방은 어둡기만 하고 보는 이들도 없는데… 까짓 나이트 까운 따위를 꼭 걸쳐야만 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눈에서 별이 번쩍이도록 거칠게 좀 다뤄달라고 했지… 누가 그린에 누워서 하늘 위의 별을 보자고 했어요?”

신희영은 이렇게 투덜대면서도 강준호가 하자는 대로 잘만 따라서 했다. 그린에 누우라니… 눕고, 까운을 벗으라니… 벗었다. 어쨌든 제 돈줄을 잡고 있는 여자였으므로 그는 오늘 밤, 별이 총총한 야전에서 열과 성을 다할 작정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