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OC=이정아 기자] ‘구구구’ 소리를 내며 걷는 비둘기를 유심히 보다가 의문이 들었습니다. 비둘기는 걸을 때 왜 머리를 앞뒤로 까닥이는 걸까. 비둘기는 한 발을 앞으로 내딛는 동시에 머리를 앞으로 내밀고 다른 한 발을 앞으로 뻗으면서 머리를 뒤로 뺍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도 생기는군요. 비둘기 목에 깁스를 하면 과연 걷지 못할까.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내기 위해 앞서 발표된 연구 논문부터 뒤집니다. 하지만 비둘기가 고개를 까닥이는 이유에 대한 답은 연구마다 달랐습니다. 아직까지 학계에서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질문이었던 것이죠.
비둘기가 걸을 때 머리를 앞뒤로 움직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가설로 나뉩니다.
① 포식자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② 착시 효과다. 비둘기는 전진하기 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해 머리를 앞으로만 움직인다.
도시에서 흔히 보는 비둘기는 집비둘기가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 살아가는 종류인데요. 맹금을 몹시 두려워해 항상 포식 동물이 공격해 오지 않을까 경계합니다. 머리 양 옆에 눈이 붙어 있어 시야가 아주 넓지만, 머리를 앞뒤로 까닥이면서 시야를 더 넓히려고 하는 것이지요. 그런 비둘기가 안절부절못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가설이고 다른 가설도 있습니다. 비둘기의 머리는 앞으로만 움직이고 그 밑에 있는 몸통이 움직인다는 주장입니다. 1970년대 독일 과학자들이 비둘기를 촬영해 그 움직임을 한 장 한 장 분석한 결과 바로 이러한 결론을 얻었습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비둘기는 걸을 때 머리를 먼저 내밀고 그 다음에 머리를 고정시킨 채 몸이 따라옵니다. 이때 머리보다 상대적으로 큰 몸통(배경)이 앞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머리(고정된 대상)가 뒤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비둘기가 걸을 때 머리를 앞으로 내미는 건 전진하기 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고요. 연구진은 “머리를 움직이지 않으면 공간과 거리를 더 잘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비둘기 목에 깁스를 하면 과연 걷지 못할까.
이에 대한 학자들의 의견은 다소 달랐습니다. 국립생물자연관 동물자원과 김화정 연구사는 “깁스를 해도 걸을 수 있다. 다만 깁스를 하지 않은 비둘기가 전진하기 위한 추진력을 더 많이 얻기 때문에 깁스를 한 비둘기 보다 더 빨리 걸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합니다. 반면 유정칠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여러 개로 이뤄진 목뼈가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목 움직임이 제한된 비둘기는 걷지 못하고 곧 죽게 된다”고 답했는데요.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변을 드릴 수는 없지만 조류의 신체는 날개에 특화돼 있어 목에 깁스를 하면 두 다리로 걷는데 제한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공통된 사실입니다.
*그래픽=유현숙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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