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산업 발전과 근로자 정년 연장은 돌이킬 수 없는 시대적 대세이자, 이재명 정부의 핵심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는 과제다.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경제 분야 최상위 국정과제로 표방했고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 확보로 속도를 더 얻게 됐다. 또 정부와 여당은 현재 60세인 정년을 2033년까지 65세로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양대 노동 단체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년 연장의 연내 입법을 재촉했다. 그러나 AI 확산과 정년 연장이 청년(15~29세) 고용에는 ‘쇼크’ 수준의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과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은행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챗GPT 등 AI에 많이 노출된 업종일수록 청년층 고용 감소가 두드러졌다. 지난 3년간 청년층 일자리는 21만1000개가 줄었는데 이중 20만8000개가 AI 고노출 업종이었다. 반면 50대 일자리는 20만9000개가 늘었는데 이중 AI 고노출 업종에서의 증가분만 14만6000개다. AI로 인한 고용 감소 충격이 4년제 대졸·석사 등 중상위 학력 계층에 더 크고, 박사나 2~3년제·전문대졸 및 고졸에선 상대적으로 약하게 나타난다는 분석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AI로 인한 고용 충격이 일자리를 더욱 양극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년 연장이 기업 부담을 가중시켜 신규 채용을 줄어들 수 있다는 경고도 거듭되고 있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연구 결과 2016년부터 시행된 60세 정년 의무화로 대기업 고령자 고용이 최근 20년새 4만2000명에서 24만7000명으로 무려 6배 정도 늘어나는 동안 청년 고용은 19만6000명에서 19만3000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019년 보고서에선 정년 연장으로 민간 부문에 고령자 고용이 1명 증가할 때마다 청년 고용이 평균 0.2명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2024년 발간된 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는 정년 연장에 당면한 기업이 청년 신규 채용을 줄일 뿐 아니라, 노동을 자본으로 대체해 전체 근로자를 감소시키고 비정규직 비중을 늘리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의 각종 지표와 분석은 청년 고용이 ‘위기 수준’임을 보여준다. AI 충격과 정년연장,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의 일자리 문제를 청년들은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는 뜻이다. 청년 고용 문제는 부동산, 금융자산, 연금문제와 더불어 사회 갈등 해결과 경제 성장을 위해 가장 중심에 놓고 풀어야할 문제다. 정부가 심각성을 의식하고 독자적인 부처와 ‘청년 고용 영향 평가’ 기준이라도 만들어 종합적이고 거시적인 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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