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살만 세 차례 전화에 공습 준비 지시…목표 승인·전투기 폭탄 적재까지

측근들 “이란전쟁만으로도 美 부담” 반대…작년 수개월 폭격 실패도 영향

후티, 바브엘만데브 장악·리야드까지 공격…궁지 몰린 사우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UPI]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UPI]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요청을 받고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에 대한 공습을 준비했다가 작전 개시 직전 이를 전격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지휘부가 공격 목표를 승인하고 전투기에 폭탄까지 실은 상태였지만, 이란과 전쟁 중인 미국이 또 다른 전선에 뛰어드는 데 대한 부담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악시오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사우디의 거듭된 요청을 받고 후티에 대한 미군의 직접 공격 여부를 놓고 고심해왔다.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후티를 상대로 긴급 군사 지원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거절했다. 사우디에 정보와 타격 목표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되 미군이 직접 공격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이미 이란과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또 다른 중동 전선에 발을 들이는 데 대한 부담이 컸다. 미군은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 주변에 상당한 군사력을 배치하고 있다.

그러나 일주일 뒤 상황이 달라졌다.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17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사우디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후티의 기세를 꺾으려면 미국의 직접 개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입장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주말 고위 보좌관들과 후티 공습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중동 지역 미군 작전을 총괄하는 브래드 쿠퍼 미 중부사령관은 예멘 공습 시나리오까지 마련했다. 쿠퍼 사령관은 19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에게 구체적인 작전 방안을 보고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후티에 대한 공습 준비를 지시했다.

실제 공격 직전 단계까지 갔다. NYT에 따르면 미군 지휘관들이 후티 공격 목표를 승인했고 작전에 투입될 전투기에는 폭탄까지 적재됐다.

하지만 공습이 막 시작되려던 20일 정오께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제동을 걸었다. 당분간 후티를 공격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작전은 중단됐다.

불과 며칠 사이 ‘공격 거부→공습 준비→공격 보류’로 결정이 두 차례 뒤집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판단에는 이란 전쟁으로 누적된 미군의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NYT에 트럼프 대통령 측근 대부분이 이란과의 전쟁으로 미군이 이미 상당한 부담을 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사우디와 후티의 전쟁에 개입하는 데 깊은 회의감을 나타내거나 노골적으로 반대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초 후티를 상대로 한 군사작전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경험도 부담이다. 미국은 당시 수개월에 걸쳐 후티 거점을 폭격했지만 세력을 축출하는 데 실패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을 거듭 번복한 것이 현재 미국이 처한 곤경을 보여준다며 후티 문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딜레마’를 안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후티는 2014년 예멘 수도 사나를 장악한 뒤 사우디 주도 연합군과 10년 넘게 전쟁을 벌여왔다. 2022년 휴전 이후 한동안 대규모 교전은 잦아들었지만 지난 7월 사나 공항이 공습을 받자 휴전 종료를 선언하고 홍해에서 사우디를 겨냥한 해상 봉쇄에 나섰다.

최근에는 공세 범위를 더욱 넓히고 있다. 후티는 사우디의 핵심 원유 수출 통로이자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장악한 데 이어 이슬람 성지 메카와 제2 도시 제다, 수도 리야드 등 사우디 본토 깊숙한 지역까지 공격하고 있다.

사우디로서는 미국의 군사 지원이 절실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선택지가 쉽지 않다. 후티를 공격하면 이란과의 전쟁에 이어 예멘까지 전선이 확대되고, 공격하지 않으면 핵심 동맹국인 사우디가 후티의 공세를 홀로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란전쟁의 출구를 찾지 못한 미국이 중동에서 또 하나의 전선을 열어야 할지를 놓고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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