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농업 경제활동 있는 마을 92.2%…자영업 74.8%
서비스업 활동 마을 4년 새 41.2→55.3%
인구 감소 속 경제·생활권 다변화…농촌 정주체계 재편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농산어촌 마을 10곳 중 9곳 이상에서 농업 이외의 경제활동이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부터 서비스업, 공공일자리, 사회적경제까지 농촌의 일거리가 다양해지면서 농사에 의존하던 마을 경제구조가 달라지고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계속되는 가운데 농촌이 단순한 농업 생산공간에서 여러 경제활동과 생활 기능이 결합된 공간으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22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농산어촌 마을 패널 조사 사업’에 따르면 2025년 조사 대상 마을 가운데 비농업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가구가 있는 마을은 92.2%에 달했다. KREI는 전국 103개 농산어촌 마을과 주민 360명을 대상으로 6년간 패널 조사를 진행해 인구와 생활, 경제활동, 공동체 등의 변화를 분석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정주체계 변화도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농업 밖에서 가장 활발한 경제활동은 자영업이었다. 전체 조사 마을의 74.8%에서 자영업에 종사하는 가구가 있었다. 공공일자리에 참여하는 가구가 있는 마을은 68.0%였고 서비스업과 사회적경제 활동은 각각 55.3%였다. 농업 이외의 단기 일용근로도 55.3%를 차지했다.
농업과 관련된 일자리만 있는 것도 아니다. 농업 단기 일용근로에 참여하는 가구가 있는 마을은 42.7%로 서비스업이나 비농업 단기 일용근로보다 비중이 낮았다.
서비스업의 확산이 두드러졌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가구가 있는 마을은 2021년 41.2%에서 2025년 55.3%로 14.1%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영업 활동이 있는 마을도 70.6%에서 74.8%로 늘었다.
사회적경제 활동도 빠르게 확산했다. 관련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가구가 있는 마을 비중은 2022년 24.5%에서 지난해 55.3%로 높아졌다. 해당 활동이 있는 마을의 평균 참여 가구도 같은 기간 4.0호에서 7.4호로 증가했다.
농촌의 경제활동이 생산을 넘어 가공·판매·숙박·관광 등으로 넓어지는 모습도 나타났다. 지난해 농업·농촌의 자원에 다른 산업을 결합한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가구가 있는 마을은 전체의 52.4%였다. 이 가운데 숙박업에 참여하는 가구가 있는 마을이 37.9%로 가장 많았다. 농산물 판매·유통과 지역 농수산물을 활용한 음식점은 각각 21.4%, 가공은 16.5%, 주말농장·체험관광은 13.6%였다.

다만 농촌 경제의 중심이 농업에서 완전히 비농업으로 옮겨갔다는 의미는 아니다. 조사 대상 모든 마을에 농가가 존재했고 밭작물을 재배하는 마을은 98.1%, 벼농사를 짓는 마을은 83.5%였다. 기존 농업을 기반으로 자영업과 서비스업, 공공일자리 등 여러 형태의 경제활동이 함께 나타나는 방향으로 마을 경제가 다변화되고 있다는 게 조사 결과다.
경제활동의 변화는 농촌의 생활권 재편과도 맞물렸다. KREI는 주민들이 마을 안에서만 필요한 서비스를 해결하기보다 인근 중심지와 지역 상권을 이용하고 온라인·비대면 서비스까지 활용하는 다층적인 생활권이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의 초점 역시 마을과 주민이 생활권을 구성하고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펴보는 데 맞춰졌다.
이 같은 변화는 인구 감소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동일하게 비교할 수 있는 90개 마을을 보면 평균 상주인구는 188.8명에서 182.4명으로 6.4명 줄었다. 반면 평균 상주 가구는 89.2호에서 95.0호로 5.8호 늘었다. KREI는 인구가 감소하면서도 가구 수가 증가하는 현상을 ‘인구 희석’으로 설명했다.
농촌에서 거주하는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세컨하우스와 임시거처 등 체류형 주거가 늘면서 상주인구뿐 아니라 일정 기간 농촌에 머무는 인구가 함께 생활하는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KREI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이어지는 한편 체류형 인구 증가와 세컨하우스 확산, 다양한 경제활동 등 새로운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농촌 정책도 단순히 주민등록상 인구를 늘리는 데서 벗어나 달라진 정주·경제 구조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KREI는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변화를 농산어촌 정주체계의 ‘재구조화’로 진단하고 빈 공간 활용과 생활서비스 접근성 개선, 소규모 거점 육성, 주민 참여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이철 KREI 연구위원은 “농산어촌의 인구 감소를 곧바로 마을의 소멸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며 “이번 조사에서는 세컨하우스 확대, 생활권 다층화, 다양한 경제활동 등 변화된 여건에 맞춰 농산어촌이 재편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adast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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