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뉴 뮤지엄, 24일부터 내년 1월까지
울산시립미술관, 내달 22일부터 내년 2월까지
싱가포르 작가 호 추 니엔 신작 2편 공개
뉴욕선 AI 기반 엘리베이터 영상
울산선 24대 프로젝터 활용
두 미술관 2028년까지 매년 공동 기획전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미국 뉴욕의 미술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를 때마다 인공지능(AI)이 새로운 영상을 만들어낸다. 한 달 뒤 한국 울산에서는 24대의 프로젝터가 벽면을 채우며 관객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인다. 현대자동차가 뉴욕과 울산 두 도시를 연결한 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싱가포르 작가 호 추 니엔의 신작을 선보인다.
현대차는 아트 파트너십 프로그램 ‘현대 트랜스로컬 시리즈’의 두 번째 전시인 ‘현대 트랜스로컬 시리즈: 호 추 니엔’을 미국 뉴욕 뉴 뮤지엄과 울산시립미술관에서 순차적으로 개최한다고 22일 밝혔다.
뉴욕 전시는 현지시간 오는 24일부터 내년 1월 24일까지 진행된다. 울산에서는 다음 달 22일 개막해 내년 2월 21일까지 이어진다.
현대 트랜스로컬 시리즈는 서로 다른 지역의 미술기관들이 한 가지 주제를 함께 연구하고 전시로 발전시키는 프로젝트다. 현대차는 공동 연구부터 신작 제작, 전시, 연계 프로그램과 출판까지 지원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9월 첫 번째 프로젝트에 이어 마련된 두 번째 전시다. 지난해부터 협력해온 뉴욕 뉴 뮤지엄과 울산시립미술관이 처음으로 공동 기획한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두 도시에서 똑같은 작품을 보여주는 방식은 아니다. 뉴욕과 울산의 서로 다른 공간과 도시 특성을 작품에 반영해 각각 다른 신작을 선보인다. 공통된 주제는 ‘힘’이다.
작가로는 1976년 싱가포르에서 태어난 호 추 니엔이 선정됐다. 그는 영화와 비디오, 사운드, 멀티미디어 설치 등을 넘나들며 아시아의 역사와 근대성, 문화적 정체성을 다뤄왔다. 신화와 역사적 사실을 섞어 ‘역사는 누구에 의해, 어떻게 쓰이고 전달되는가’를 탐구하는 작업으로 알려져 있다.
뉴욕 뉴 뮤지엄에서는 ‘힘’을 주제로 한 신작 ‘P 포 파워: 업 다운’을 공개한다.
작품이 설치되는 곳부터 독특하다. 전시장이 아닌 뉴 뮤지엄 신관의 유리 엘리베이터 스크린이다. 관람객이 엘리베이터 이동 버튼을 누르면 화면에 실제 사람 크기의 어린 주인공이 나타난다.
주인공은 관람객에게 ‘힘’에 관한 질문이나 수수께끼, 짧은 문구 등을 던진다. 정치권력처럼 눈에 보이는 힘뿐 아니라 사회와 일상 속에서 작동하는 여러 형태의 힘에 대해 생각하도록 구성했다.
특히 같은 영상을 반복해서 보여주지 않는다. AI 기반 알고리즘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를 때마다 영상을 새롭게 구성한다. 어느 층으로 이동하는지에 따른 운행 시간까지 반영해 영상 길이와 내용이 달라진다.
완성된 하나의 영상을 관람하는 기존 영상 작품과 다른 방식이다. 작품이 계속 바뀌는 구조를 통해 역사 역시 고정된 하나의 사실이 아니라 끊임없이 다시 쓰이고 여러 힘이 충돌하는 과정이라는 작가의 시각을 표현한다.
울산에서는 또 다른 방식으로 같은 주제를 풀어낸다. 울산시립미술관 미디어아트 전용관 ‘XR랩’에서는 다음 달 22일부터 신작 ‘P 포 파워: 더블 라이프 오브 P’를 선보인다.
XR랩에 설치된 24대의 프로젝터와 입체 음향 시스템을 활용해 관람객을 둘러싸는 다채널 몰입형 작품으로 구현한다. 특히 울산에서 직접 수집한 산업과 기술, 물질, 소리 관련 데이터가 작품의 재료로 사용된다.
자동차와 조선, 석유화학 등 국내 대표 산업도시인 울산이라는 장소의 특성이 작품에 녹아드는 셈이다.
호 추 니엔은 뉴욕과 울산에서 선보이는 두 작품을 통해 힘을 정치나 기술에 한정하지 않고 지속과 변화,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대상으로 바라볼 예정이다.
마시밀리아노 지오니 뉴 뮤지엄 관장과 임창섭 울산시립미술관 관장은 “두 미술관과 도시의 맥락 속에서 힘의 의미를 탐색하는 호 추 니엔의 신작 커미션을 통해 양 기관이 협업을 시작하게 되어 매우 뜻깊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두 도시를 연결하는 전시가 뉴욕과 울산의 초지역적 관계성과 동시대의 서사를 둘러싼 다양한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 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 뮤지엄과 울산시립미술관의 협업은 이번 한 차례로 끝나지 않는다. 두 기관은 2028년까지 매년 한 차례씩 총 세 번의 공동 기획전을 열 예정이다. 예술과 기술의 결합을 중심으로 도시와 인간, 지역성과 세계성 등을 주제로 다룬다는 계획이다.
호 추 니엔은 올해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도 맡았다. 그의 작품은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과 영국 테이트 모던, 구겐하임미술관, 홍콩 M+,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미술기관에 소장돼 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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