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지사. [연합]
안희정 전 충남지사. [연합]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피해자인 김지은 씨가 충청남도에 자신을 상대로 한 소송비용의 추심을 포기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안 전 지사의 성폭력에 대해 충남도의 국가배상책임이 법원에서 인정된 상황에서 피해자에게 소송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김씨는 지난 21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오늘 국민신문고를 통해 충남도에 공식 민원을 신청했다”며 “이 사안을 소송심의위원회에 올려 소송비용 추심을 포기할지 심의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결정 전까지는 추심을 유보하고 위원회 회부 여부와 심의 일정도 답해달라고 했다”며 “회부하지 않을 경우 그 이유와 근거를 밝혀달라고 요청했다”고 알렸다.

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였던 김씨는 2018년 3월 안 전 지사에게 위력에 의한 성폭행과 추행을 당했다고 밝혀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에 불을 지폈다. 이후 안 전 지사는 피감독자 간음·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강제추행 등 혐의로 2019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이 확정됐다.

김씨의 성폭력 피해는 이듬해 공무상 재해로 인정받았고, 이어 민사소송에서도 충남도의 배상책임이 인정됐다. 다만 김씨가 청구한 손해배상액이 전부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어서 소송비용 일부를 김씨가 부담해야 할 상황이다.

“국가배상 인정된 지방정부가 소송비용 추심한다면…”

김씨는 지난 18일 입장문을 내고 “고립에서 조금씩 벗어나 일상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 ‘충청남도’라는 이름이 적힌 법원 서류를 다시 받았다”며 충남도로부터 ‘소송비용액확정 신청서’를 전달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민사재판이 이어진 5년여의 기간 동안 피해 사실을 반복적으로 설명하고 입증해야 했다며 “신체 감정을 받을 의료기관을 찾는 데만 2년여의 시간이 걸렸고, 폐쇄병동에 입원해 감정 절차를 거쳤다. (하지만) 충남도는 그 결과마저 부인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충남도의 배상 책임이 인정됐으나, 김씨는 현재까지 생계와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그는 “충남도는 저의 일터이자 소속 노동자를 보호했어야 할 지방정부”라며 “충남도가 청구한 소송비용은 생계와 치료를 이어가고 무너진 일상을 다시 세우는 데 절실히 필요한 돈”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법적 절차에 시간과 힘을 쓰는 만늠 일상 회복 또한 지연될 수밖에 없다”며 충남도에 “소송비용 추심을 포기해달라”고 요구했다.

김씨가 소송비용 추심 포기를 요구하는 근거로 충남도의 소송사무 처리 규칙을 언급했다. 해당 규칙 상대방에게 소송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이 공익 추구나 사회적 약자의 권익 보호 등의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은 경우 소송비용 추심을 포기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김씨는 충남도에 자신의 사건을 소송심의위원회에 회부해 소송비용 추심 포기 여부를 심의해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법원에는 소송비용액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관련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충남도가 추심을 유보해달라는 입장이다.

김씨는 “성폭력 피해자의 민사소송은 소요되는 기간과 비용 등을 고려할 때 여전히 실질적 배상이라기보다 상징적 의미가 큰 것도 사실”이라며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 지방정부마저 피해자에게 소송비용을 추심한다면 다른 피해자에게 같은 선택(민사소송)을 선뜻 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충남도는 소송비용액 확정 신청과 실제 추심은 별개의 절차라는 입장이다. 법원이 소송비용 액수를 결정한 뒤 실제 회수 여부를 별도로 판단한다는 설명이다. 소송심의위원회 회부 여부에 대해서는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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