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버스정류장 생활거점 접근로

걸어서 5분마다 앉거나 기대는 쉼터

9월 자치구 공모…10월 대상지 선정

서울시가 첫 ‘그늘보행권’을 시행한다. 지난달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그늘보행권 선언’을 한 지 한 달 만이다. 서울시는 이달 자치구 공모를 시작, 다음달 대상지를 선정한다. 더위가 시작되는 내년 6월까지 10개 노선 이상 ‘보행 쉼터망’을 조성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시민이 매일 걷는 생활가로를 실제로 바꾸는 ‘생활가로 내 그늘·쉼 인프라 구축 시범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22일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달 서울 보도 4031㎞의 그늘 환경을 정밀 분석해 평균 그늘 비율이 44.4%인 것을 확인했다. 생활가로에 벤치 등 보행 휴식 공간을 확충해 달라는 시민 수요는 꾸준했다. 그러나 좁은 보도 폭과 차량 통행, 주민·상가와 갈등 등 다양한 이유로 쉼터 확충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서울시는 보도 폭이 좁다는 이유만으로 쉼터 설치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도록 생활가로의 폭, 주변 시설, 차량 통행 등 현장 여건에 따라 설치 방식을 달리한다. 목표는 보행 약자가 집에서 주요 생활거점까지 이동하는 동안 걸어서 5분 이내마다 잠시 앉거나 기대어 쉴 수 있는 ‘쉼 징검다리’를 만드는 것이다.

먼저 보행 폭이 좁거나 여유 부지가 거의 없는 주거지·근린가로에는 사용하지 않을 때 접을 수 있는 접이식 벤치, 건물·옹벽 등에 밀착해 설치하는 벽면형 벤치, 짧게 몸을 기댈 수 있는 기대는 벤치(Hip-rest)를 적용한다.

노상주차장 주변과 도로 모서리 등 자투리 공간은 쉼터 후보지로 적극 발굴한다. 필요한 경우 도로공간을 재구조화해 여유 공간을 만들고 가로수·벽면·화단·볼라드·가드레일 등 기존 시설물에 앉음 시설과 차양을 결합해 공간 활용도를 높인다.

공간확보가 특히 어려운 길은 ‘보행자우선도로’를 활용한다. 이미 지정된 보행자우선도로는 통행 동선과 쉼터 설치 여건을 다시 분석해 정비하고 보행약자 통행이 많지만 쉼터 공간이 부족한 일반 생활가로는 보행자우선도로로 신규 지정해 쉼터 공간을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쉼터의 입지는 ‘그늘’을 우선 기준으로 정한다. 기존 가로수와 인근 건축물의 차양·처마가 만드는 그늘을 최대한 활용하고 자연 그늘을 확보하기 어려운 곳에는 주변 경관과 보행 공간에 맞는 그늘막·차양을 설치한다.

일부 구간은 앉아서 쉬는 단순한 벤치를 넘어 일상의 여가와 운동, 주민 소통이 가능한 ‘보행쉼마당’으로 특화한다. 산책·러닝 동선에는 스트레칭 기구와 휴식 공간을 함께 배치하고 수변가로에는 물길과 경관을 바라보며 쉴 수 있는 조망형 쉼터를 조성한다.

앞서 지난달 오 시장은 ‘서울 그늘보행권 선언’을 발표하며 “공간이 충분한 보도에는 나무를 심고 쉼터를 늘리고 좁은 보도에는 차양과 어닝, 소규모 쉼터를 설치해 공간 특성에 맞게 그늘을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내년 상반기까지 10개 이상 노선의 시범 쉼터를 완공하고 사업 전후 그늘 면적, 체감온도, 이용률, 시민 만족도 등을 비교해 효과를 검증한다. 검증 결과를 바탕으로 유형별 설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2028년부터 서울 전역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창규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은 “그늘보행권을 확보하는 것은 시민이 더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동하며 일상 속 휴식을 누릴 수 있도록 도시의 기본 환경을 바꾸는 일”이라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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