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대, 초고내열·재활용 가능한 비트리머 개발

액정 비스말레이미드 비트리머의 형성 원리와 재가공 메커니즘.[경북대학교 제공]
액정 비스말레이미드 비트리머의 형성 원리와 재가공 메커니즘.[경북대학교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300℃에 달하는 고온에서도 견디면서 한 번 굳은 뒤에도 다시 가공해 사용할 수 있는 차세대 고분자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항공우주와 반도체 등 극한 환경에서 사용되는 고성능 플라스틱의 수명을 늘리고 폐기물을 줄이는 데 활용될 전망이다.

한국연구재단은 경북대학교 화학교육과 여현욱 교수 연구팀이 초고내열성과 재가공성을 동시에 갖춘 액정 비스말레이미드(BMI) 기반 ‘비트리머(vitrimer)’를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항공우주와 전기·전자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는 비스말레이미드는 높은 내열성과 기계적 강도를 갖춘 대표적인 열경화성 수지다. 하지만 한 번 굳으면 분자들이 촘촘하게 연결된 3차원 구조를 형성해 다시 녹이거나 성형하기 어렵다. 수리와 재활용에도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직한 액정성 분자구조와 고온에서 공유결합이 교환되는 동적공유결합 기술을 결합했다.

비트리머는 기존 열경화성 수지의 견고한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높은 온도에서 분자 간 결합이 재배열돼 다시 가공할 수 있는 고분자 소재다. 연구팀은 액정성 비스말레이미드와 기능성 화합물인 다이알릴비스페놀 A를 활용해 고온에서의 강성과 재가공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개발된 소재는 유리전이온도 304.6℃를 기록했다. 유리전이온도는 고분자의 분자운동이 활발해지면서 기계적 특성이 달라지기 시작하는 온도다. 소재의 5%가 열분해되는 온도 역시 404℃에 달해 높은 열안정성을 확인했다.

특히 한 번 굳힌 소재를 잘게 분쇄한 뒤 열과 압력을 가해 다시 단단한 고체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300℃에서 재가공성과 구조적 안정성이 가장 효과적으로 균형을 이뤘으며, 재성형 이후에도 주요 열적·구조적 특성이 상당 부분 유지됐다.

여현욱 경북대학교 교수.[경북대학교 제공]
여현욱 경북대학교 교수.[경북대학교 제공]

이 기술은 항공우주용 복합재를 비롯해 고온 전기·전자 부품, 반도체 패키징용 절연재 등 고내열성과 재사용이 동시에 요구되는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값비싼 고성능 소재를 부품 교체 없이 수리·재성형하거나 제조 스크랩을 다시 활용할 수 있다면 자원 절감 효과가 클 수 있다. 다만 실제 적용을 위해서는 재가공 온도와 시간을 더 낮추고, 대면적·복합재 조건에서의 성형성, 장기 크리프와 반복 내구성을 검증해야 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여현욱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고내열성과 재가공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분자설계 전략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재가공 온도를 낮추고 실제 복합재와 대면적 부품에서도 성능이 유지되는지 검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