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인선 갈등 전면충돌 양상 비화

조희대 “헌법적 근거 없다”, 靑 “헌법 위배 인식”

상고심 차질 우려 속 與野 뚜렷한 입장차

청와대의 ‘제재청 요구’를 거부한 조희대 대법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청와대는 대법관 후보 재제청 거부와 관련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상섭 기자
청와대의 ‘제재청 요구’를 거부한 조희대 대법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청와대는 대법관 후보 재제청 거부와 관련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양근혁·정석준·김해솔·주소현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구를 공식적으로 거부하면서 대법관 인선을 둘러싼 정부·여당과 사법부의 갈등이 전면전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조 대법원장은 “재제청 요구에 헌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인 반면, 청와대는 “재제청 거부가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충돌했다. 노태악 전 대법관의 지난 3월 퇴임 이후 200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대법관 공백 사태도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전날 대법원 공지를 통해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8일 청와대가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대신 다른 후보자를 제청해 달라고 요구한 지 25일 만이다.

이에 청와대는 조 대법원장의 입장 발표 직후 “대법원장의 입장 발표는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헌법에 위배되는 인식”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대통령의 제청 반려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장의 입장 발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후 일각에선 청와대가 조 대법원장의 재제청 거부와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권한쟁의심판은 헌법상 국가기관 간에 권한의 존재 여부 또는 범위에 관한 다툼이 발생한 경우 헌재가 유권 심판하는 제도다.

그간 법조계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요구대로 기존 추천 후보군에서 손 부장판사를 제외한 다른 후보자를 제청하거나, 추천위를 새롭게 구성해 인선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밟는 방안 중 선택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이 재제청 요구 자체에 헌법적 근거가 없다며 이를 정면으로 거부하면서 두 방안 모두 당장 추진될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청와대와 대법원이 제청·임명 절차를 둘러싼 헌법 해석에서 평행선을 달리는 만큼 갈등이 조 대법원장의 퇴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조 대법원장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총공세에 나섰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공식 유튜브 ‘민주당TV’의 ‘민티07’에 출연해 “그야말로 사상 초유의 사건”이라며 “대법원장이 이렇게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고 대통령과의 권력 다툼 놀이를 하는 것은 유례가 없다”고 비판했다.

‘여권 일각에서 조 대법원장의 탄핵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질문엔 “본질에 대해서는 우리가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며 “그런데 국민 여러분의 이해와 설명과 설득의 과정들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것을 차근차근 밟아가겠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김 대표는 이번 사태와 관련 “국회의 모든 권한을 다 활용해 조사하고 소환하고 질책하고 법적책임을 묻고 시정해 갈 것”이라며 “시대정신과 상황에 대한 무지와 착각에서 시작된 ‘희대의 난’은 사법개혁의 방아쇠가 될 것”이라고 직격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방어전’에 나섰다. 대통령이 제청된 대법관 후보자 가운데 일부만 선별해 임명동의안을 제출할 경우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국회의 임명동의권 행사까지 차단할 수 있다는 논리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에 따른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며, 대법원장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평가한다”며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 독립을 지키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21일 ‘이 대통령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구가 국회의 헌법상 권한을 침해했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이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가 국회의원들의 대법관 임명동의안 심의·표결권과 국회의 대법관 임명동의권을 침해했다는 것이 국민의힘 측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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