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대미 투자협상과 관련해 “상업적 합리성 문구를 협상문에 넣었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대미 투자협상과 관련해 “상업적 합리성 문구를 협상문에 넣었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

트럼프, 알래스카 LNG에 “韓 500억달러 투자” 발표…韓 “투자 여부·규모 미정”

한미 합의문 ‘상업적 합리성’ 충족시 추진…특별법도 “원리금 회수 가능한 사업” 명시

李, 지난달 회견서 “다음날 오전 7시30분까지 타협 안돼…다른 나라엔 없는 표현”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투자를 연일 압박하면서 지난해 한미 관세협상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끝까지 고수했던 ‘상업적 합리성’ 문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이 한국의 대규모 투자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사업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을 수 있다고 버티고 있다. 한국 정부가 투자 최종 확정 여부를 두고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지난해 협상 막바지에 명문화한 ‘상업적 합리성’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한국이 알래스카 사업 투자를 확정하지 않았다’는 질문에 대해 “그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나로서는 괜찮다. 그들에게 더 많이 청구하면 된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전략투자 프로젝트를 공개하면서 알래스카 LNG 파이프라인 건설을 투자 대상으로 거론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도 한국의 알래스카 투자가 “500억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의 설명은 다르다. 한미 양국이 지난 1일 내놓은 공식 추진계획에서 알래스카 LNG 사업인 ‘프로젝트 노스(Project North)’는 투자가 확정된 사업이 아니라 ‘검토에 착수’하는 사업으로 분류됐다. 특히 양국은 한미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에 따른 상업적 합리성과 국내법상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에 사업 추진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외교부도 “투자 여부나 규모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알래스카 LNG 구속력 있나…산업부 “사업성·법절차 거쳐야” [연합]
알래스카 LNG 구속력 있나…산업부 “사업성·법절차 거쳐야” [연합]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를 기정사실화하는 상황에서도 한국이 ‘미정’이라는 입장을 유지할 수 있는 근거 중 하나가 바로 ‘상업적 합리성’이다.

쉽게 풀면 ‘돈이 되는 사업이어야 투자한다’는 원칙이다. 지난해 11월14일 체결된 한미 전략적 투자 MOU는 2000억달러 규모 대미투자 사업을 선정할 때 한국 측과 협의를 거쳐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투자’만 미국 대통령에게 추천하도록 했다. 당시 한국 정부는 일본이 미국과 체결한 투자 MOU와 달리 한국의 합의문에는 ‘상업적 합리성(commercially reasonable)’이라는 표현이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이 문구가 협상 과정에서 쉽게 들어간 것은 아니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특히 ‘상업적 합리성’을 반드시 합의문에 넣어야 된다”며 미국 측과 이 문제를 놓고 이견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당시 “이걸 가지고 두 번째 정상회담 다음 날 아침 7시30분까지 타협이 안 되고 있었다”며 “다행히 우리가 원한 바대로 상업적 합리성이라는 표현을 넣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엄청 어려운 일이고 다른 나라에는 없는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알래스카 LNG 투자 등 구체적인 투자 협상이 시작되면서 ‘상업적 합리성’ 문구가 다시 조명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사업만 한다. 법에도 그렇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투자금 회수 방식과 수익 배분, 손실 발생 시 처리 문제 등을 거론한 뒤 “우리 실무 협상단은 어려움이 있지만 저도 밤잠을 설칠 만큼 고민을 많이 한다”고도 했다.

이 원칙은 법률에도 쓰여져 있다. 지난 6월 시행된 ‘한미전략투자법’은 대미투자의 원칙을 ‘상업적 합리성 확보’로 규정한다. 한미투자전략법(2조 5항)은 ‘상업적 합리성’에 대해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해당 대미투자의 존속기간 동안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원리금 상환을 위한 충분한 현금흐름을 창출할 것으로 판단되는 투자”라고 정의하고 있다.

현재 논의 되고 있는 알래스카 LNG가 바로 이 기준의 시험대가 됐다. 미국 측도 사업이 실제 추진될 경우 한국 기업의 기자재 참여 여건을 개선하고 철강 등 사업용 기자재에 관세 인하 혜택을 주는 한편 경제성 있는 조건의 장기 LNG 구매계약을 보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에 알래스카 LNG 우선 접근권을 제공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결국 이런 조건들을 종합해 사업에서 원리금을 회수할 수 있느냐가 투자 결정의 핵심이 되는 셈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국익이라고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며 “즉흥적으로 또는 어떤 관계, 압박, 강요에 흔들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석유 관련 프로젝트에 한국이 84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2일(현지시간) 밝힌 데 대해 우리 정부는 한미 전략적 투자 합의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진위 파악에 나섰다.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석유 관련 프로젝트에 한국이 84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2일(현지시간) 밝힌 데 대해 우리 정부는 한미 전략적 투자 합의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진위 파악에 나섰다. [연합]

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