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 내걸었다가 ‘싹 둑’ 잘려나가

항공도 보면 영금정 앞바다 일부도 기재부 소유(?)

불법차량에 무허가 건물까지…고정형 쇠봉이나 차단벽이 필요. 임시 경계봉(일명 꼬깔콘)은 몰래 뽑혀나갈 수 있어

영금정 앞 바다에서는 1년에 1명씩 사람이 바위틈에 빠져 죽는다는 소문 나돌아

연휴전에 걸린 캠코의 현수막(왼쪽)과 연휴 직전 날( 10월 8일) 잘라져 사라진  현수막.멀리 영금정 정자가 보인다.[박정규 기자]
연휴전에 걸린 캠코의 현수막(왼쪽)과 연휴 직전 날( 10월 8일) 잘라져 사라진 현수막.멀리 영금정 정자가 보인다.[박정규 기자]

[헤럴드경제(속초)=박정규 기자]#1.이재명 대통령은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로 재임하면서 항상 “나라에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도둑이 많다”는 소신을 강조했다. 요즘 이 말을 “나라에 국유지는 많지만 엉망진창인 공무원이 많다”고 바꿔도 될 것같다.

#1. 연휴직전 국민 관광지로 유명한 강원도 속초시 영금정 바위 입구에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출입이 불가능하다. 주말이면 수천명이 이용하는 입구 자체를 막아버린 것이다. 기재부 재산을 관리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정정훈)에서 내건 현수막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있다. ‘이곳은 소중한 국가재산 국유지입니다. 국유지 무단점유 절대금지:위반시 강제조치 및 변상금 부과’라는 내용을 담았다.

현수막이 걸리자 난리가 난 곳은 수십년간 기재부 땅에서 불법으로 이득을 본 인근 2~3곳 업소였다. 본보에서도 여러번 기재부가 제대로 관리해야한다는 기사를 출고한 내용이다. 현수막 내용을 보고 놀랐다. 여기에는 ‘안전’이란 용어는 전혀없다.

#2. 토지대장과 지적도 등본을 발급받아 살펴봤다. 희한하게도 바다가 포함된 토지경계선이 그려져있다. 영금정 정자 왼쪽편 바위는 모두 기재부 소유라고 보면 된다. 지번은 속초시 동명동 1-3(6989㎡)이다. 충격적인 것은 지목이 임야라는 점이다. 바다를 포함한 경계선에 그것도 임야라고 적혀있으니 기가 막혔다. 이곳에서 농사라도 져야하냐라는 헛 웃음이 절로 나왔다.

속초시는 건축행위를 하거나 매각하려면 바다 부분을 우선 잘라내야한다고 했다. 바다는 공유수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금정 일대는 이미 수십년간 관광지로 자리잡았고 태풍이 오면 위협적이다. 영금정 뿐만 아니라 동명동 안쪽까지 바닷물이 어른키만큼 들어와 대피소동이 자주 벌어진다. 오죽하면 속초시에서 대피 명령 확성기까지 설치한 곳이다. 바닷물에 임야, 관광지로 수십년, 대피명령이 자주 내리는 곳에 캠코는 왜 이런 현수막을 내걸었는지 이해불가다. 토지대장에는 2008년 7월22일 기재부 국유지로 돼있다. 결국 기재부는 20년 가까이 관리 한번 안하다가 지금에야 캠코를 통해 현수막을 내걸었다. 캠코는 정부 재산을 관리하는 곳이어서 현수막을 내걸 수 도 있지만 현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 소유 영금정 일대 부지(바다가 포함된 관광지)와 지적도 등본과 토지대장.검정 경계선 안쪽에 바다가 있다.[[박정규 기자]
기재부 소유 영금정 일대 부지(바다가 포함된 관광지)와 지적도 등본과 토지대장.검정 경계선 안쪽에 바다가 있다.[[박정규 기자]

#3. 현수막은 연휴직전 3일전에 걸렸다가 ‘빨간날 시작 전날인 10월 8일 잘려나갔다. 흔적도 없다. 쓰레기통을 뒤져도 없다. 바닥에 칼로 잘라나간 몇 가닥 노끈만 바람부는대로 뒹글었다. 누가 잘라버린지는 금방 알 수 있다. 이곳에는 수십년부터 업소들이 영금정 도로쪽에 무허가 건물을 짓거나, 불법 발렛 주차를 해온 곳이다. 차박도 하고, 고정 철통을 바닥에 박아 커피장사도 한다. 무질서와 불법천국이다. 속초시는 기재부 땅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한다.

#4. 국유지는 마음대로 한 두사람이 독식해서 쓰는 곳이 아니다. 엄연한 정부재산이다. 집 뒤에 국유지가 있는면 바로 내땅이라는 인식은 오래전부터 사람들 뇌리에 박혀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기지사 재임시절 경기북부 불법 계곡 영업을 완전박살냈다. 국민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염금정 일대는 몇 해 전 태풍이 불어 어른키만한 바닷물이 기재부 땅(바위)을 넘어 이 곳 일대를 덮쳤다. 이곳에 주차해놓은 소형차가 둥둥 떠나닌 적도 있고, 동명동 안쪽으로 바다물이 밀고 들어와 대피 소동도 자주 벌어진 곳이다. 이 참사의 근원지로 따지면 바닷물이 기재부 땅을 타고 넘어와 일어났다고 봐야한다. 관리소홀이자 안전 불감증이다. 얼마전 태풍구경하다 관광객 2명이 쓸려가다 구조된 적도 있다. 속초에서는 영금정 앞 바다에서는 1년에 1명씩 사람이 물에빠져 죽는다는 소문이 난지 오래다. 실질적으로 지난해에도 이곳 근처에서 1명이 숨졌다.

#. 현수막은 밤 8시까지 걸려있었다. 새벽에 다시 가보니 밤새 ‘싹뚝’ 칼로 잘려 나가 흔적조차 없다. 연휴가 시작되자 수백~수천명이 영금정 바위를 보려고 방문했다. 이들은 현수막이 걸린 사실 조차도 모르고 기재부 소유땅인지도 모른다. 그냥 관광지이다. 캠코 현수막에는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기재부 소유땅인지 담겨져 있지 않다.

방법은 간단하다. 차단벽이나 고정 쇠봉을 박아 불법주차를 하지못하게 하고 무허가 소유건물을 철거하면 된다. 이 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안전의 1차 책임은 속초시에 있지만 결코 땅 주인인 기재부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달랑 현수막 1개 걸고 모든것이 해결된다고 생각한 기재부와 캠코의 오만은 수치로 이어진 셈이다.

연휴에 영금정 바위에서 놀고 있는 관광객. 이들은 기재부 소유인지를 모른다.[박정규 기자]
연휴에 영금정 바위에서 놀고 있는 관광객. 이들은 기재부 소유인지를 모른다.[박정규 기자]

fob140@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