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서울대 교수 신간 ‘리바이어던의 귀환’
시진핑 14년 권력 분석해 정점론·위기론 반박
“맹목적 혐오 대신 제대로 알아야 생존” 호평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구룡치수(九龍治水)’의 시대가 저물고 ‘리바이어던(Leviathan)’이 귀환했다.
30여년간 중국 정치를 천착해 온 국내 최고 권위자 조영남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가 신간 ‘리바이어던의 귀환: 시진핑 시대의 중국 정치(21세기북스)’를 펴냈다.
앞서 완간된 ‘중국의 통치 체제’ 3부작 등 방대한 학술적 성과를 바탕으로, 2012년 집권 1기부터 현재 3기까지 이어진 시진핑 14년의 권력 궤적과 통치 구조를 집대성한 저작이다.
저자는 토마스 홉스가 주창한 강한 국가 권력의 화신 ‘리바이어던’을 빌려와 오늘날 중국의 현실을 진단한다.
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이 권력을 분점하며 이완과 부정부패를 낳았던 후진타오 시대의 ‘구룡치수’를 끝내고, 공산당 중앙과 총서기를 중심으로 강력한 당-국가 통제를 복원해 낸 과정이 곧 ‘리바이어던의 귀환’이라는 설명이다.
책은 시진핑 체제를 둘러싸고 국내외에 팽배한 ‘1인 독재’ 규정과 ‘중국 정점론·위기론’에 단호히 선을 긋는다. 권위주의 통치가 한층 강화된 것은 사실이나, 마오쩌둥 시대의 무제한적 개인 카리스마 독재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분석이다.
시진핑의 권력 역시 법제화된 절차와 당내 제도적 규범, 그리고 집단지도 체제의 틀 안에서 작동하는 ‘제도 권위’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석은 저자가 최근 유튜브 채널 ‘일당백’에 출연해 밝힌 강연 내용과도 일치한다. 조 교수는 “시진핑의 공식 직함은 ‘당 주석’이 아닌 실무 총괄 성격의 ‘총서기(사무총장)’에 머물러 있다”며 회의 결과를 일방적으로 뒤엎던 과거 마오쩌둥식 1인 지배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짚었다. 당내 원로들의 합의와 내부 반발로 인해 과거 당 주석직 부활이나 직함 격상은 현실화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체제의 제도적 제약과 탄력성을 보여주는 구체적 사례도 제시된다. 2024년 7월 중국 관영 매체 신화사에 실렸던 ‘개혁가 시진핑’ 평론이 당내 반발로 사흘 만에 삭제된 사건이나, 이데올로기 공식 명칭이 여전히 ‘시진핑 사상’으로 단독 축약되지 못하고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이라는 긴 명칭을 유지하는 점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아울러 중국 지도부가 경제성장보다 국가 안보를 우선시하던 기조에서 벗어나 경기부양책으로 선회하고, 거센 반발을 샀던 ‘전랑(늑대전사) 외교’를 거두며 한국 등에 선제적으로 무비자 조치를 단행한 점 등을 들어 체제의 정책적 유연성이 건재함을 강조했다.
감정적인 혐오나 단편적인 붕괴론에 매몰되기보다 거대 대륙의 자체 분화된 산업 경쟁력과 국가 건설 모델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조 교수가 출연한 유튜브 채널 ‘일당백 : 일생동안 읽어야 할 백권의 책’에는 냉철한 시각에 공감하는 독자와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댓글 창에는 “대책 없이 혐오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도 중국도 일본도 제대로 알아야 우리가 생존한다”, “삼프로TV 시절부터 조영남 교수 영상은 빠짐없이 챙겨봤다. 중국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접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믿고 보는 최고의 전문가” 등 감정적 반중 정서를 넘어선 실사구시적 통찰에 감사를 표하는 반응이 잇따랐다.
한편 조 교수는 방송을 통해 향후 집필 계획도 함께 공개했다. 조 교수는 이번 신간에 이어 3년째 이어온 연구를 바탕으로 내년 11월 출간을 목표로 차기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차기작은 마오쩌둥의 사상 체계를 깊이 있게 다룬 뒤, 이어 마오쩌둥 시대의 중국 정치를 규명하는 방대한 후속 작업으로 연결될 예정이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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