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하는 순간, 설명할 수 없는 전율이 감돈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팽팽한 긴장감, 완전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유연한 호흡. 한국 뮤지컬계가 사랑하는 두 스타 조승우와 전미도가 마침내 한 무대로 돌아온다. 2016년 기괴하면서도 매혹적인 ‘잔혹 스릴러’의 신드롬을 불러온 두 주역이 10년 만에 다시 ‘피 묻은 면도칼’과 ‘파이 롤러’를 손에 쥔다.
6일 제작사 오디컴퍼니에 따르면 한국 초연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스위니토드’가 오는 12월 4일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개막한다.
캐스팅이 화려하다. 10주년 무대는 조승우 전미도의 귀환이다. 사실 두 배우의 인연은 14년 전 시작됐다. 2012년 뮤지컬 ‘닥터 지바고’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2015년 ‘맨 오브 라만차’에선 돈키호테와 알돈자로, 같은 해 ‘베르테르’ 15주년 공연에선 베르테르와 롯데로 호흡을 맞추며 열병 같은 비극적 순애보를 완벽하게 직조했다.
이들의 파격적인 전복은 2016년 ‘스위니토드’였다. 복수심에 눈이 멀어 광기로 치닫는 이발사 토드와 속물적이면서도 엉뚱한 생존 본능을 지닌 러빗 부인으로 만난 두 사람. 불쾌할 수 있는 인육 파이라는 그로테스크한 소재를 감각적이고 날 선 블랙코미디를 치환했다. 대표 넘버 ‘어 리틀 프리스트(A Little Priest)’에서 주고받은 속사포 같은 라임과 절묘한 타이밍의 티키타카는 한국 뮤지컬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으로 꼽힌다. 전미도는 이 작품으로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연기 인생의 일대 전환점을 맞았다.
1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두 사람의 재회는 한층 더 파괴적인 무게감을 지닌다. 전미도는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을 통해 대중적 스타가 됐고, 조승우는 장르를 불문한 ‘대체 불가능한’ 배우로 자리했다. 조승우가 이 작품으로 돌아오는 것은 7년 만이다.
이번 10주년 무대의 또 다른 파격은 대한민국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디바 김소현의 합류다. 그간 ‘오페라의 유령’, ‘엘리자벳’, ‘명성황후’, ‘마리 앙투아네트’ 등을 통해 기품 넘치는 황후와 귀부인, 청순한 프리마돈나의 정석을 보여줬던 김소현은 20여 년 연기 궤적을 완전히 뒤엎고 ‘러빗 부인’으로 파격적인 변신을 감행한다. ‘우아함의 대명사’였던 그가 선보일 기괴한 탐욕과 억척스러운 기행은 이번 시즌 가장 신선하고 파괴적인 관전 포인트다. 여기에 변화무쌍한 연기력과 짙은 캐릭터 소화력을 지닌 박지연이 또 다른 러빗 부인으로 가세해 3인 3색의 무대를 완성한다.
스위니토드 역의 진용 역시 빈틈이 없다. 조승우와 함께 섬세하고 치밀한 감정선으로 비극의 깊이를 파고드는 ‘필토드’ 강필석이 귀환해 묵직한 카리스마를 더한다. 여기에 세계적인 오페라 무대와 국내 대형 뮤지컬을 넘나들며 압도적인 가창력을 증명해 온 바리톤 김주택이 ‘뉴 토드’로 합류했다.
비극의 원흉인 탐욕스러운 권력자 ‘터핀 판사’ 역에는 서영주, 김대종, 지현준이 캐스팅돼 팽팽한 대립각을 세운다. 젊은 연인들의 축을 담당할 순수한 청년 선원 ‘안소니’ 역에는 윤승우와 최재웅이, 러빗 부인을 향한 맹목적 애정과 비극적 서사를 품은 소년 ‘토비아스’ 역에는 황순종과 강병훈이 낙점됐다. 토드의 갇힌 딸 ‘조안나’ 역은 신예 성민재와 장혜린이 맡았다.
신춘수 프로듀서는 “10주년이라는 숫자에 얽매이기보다 초연 당시 마주했던 서늘한 긴장감과 스티븐 손드하임 특유의 대담하고 날 선 음악적 본질을 온전히 구현하는 데 집중하겠다”며 “역사를 함께 일군 레전드들과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을 뉴 캐스트의 조화로 가장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사할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공연은 12월 4일 개막이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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