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권 교통실장, ‘미래서울 아침특강’ 첫 내부 강연자로 나서…자율주행 시대 서울 교통의 미래 제시

여장권 서울시 교통실장(오른쪽 서 있는 사람)이 7일 오전 오세훈 시장과 간부들 앞에서 ‘자율주행의 미래와 서울’이란 주제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여장권 서울시 교통실장(오른쪽 서 있는 사람)이 7일 오전 오세훈 시장과 간부들 앞에서 ‘자율주행의 미래와 서울’이란 주제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헤럴드경제=박종일 선임기자] “외부 강사보다 더 잘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 간부들 앞에서 직접 강연한 한 베테랑 공무원에게 건넨 칭찬이다. 주인공은 여장권 서울시 교통실장이다.

최초의 선출직 5선 서울시장인 오 시장은 서울의 현재와 미래를 누구보다 깊이 고민해 온 행정가다. 그런 오 시장을 비롯해 부시장과 실·본부·국장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특강을 한다는 것은 강연자에게도 상당한 부담이었을 터다.

여 실장은 이 같은 긴장감 속에서도 20년 넘게 서울시정 현장을 누비며 쌓아 온 교통 분야의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의 미래를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강연을 마친 뒤 오 시장으로부터 호평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울시 안팎의 관심을 모았다.

지난 7일 오전 7시30분 서울시청 본관 8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미래서울 아침특강’에서다.

이번 강연은 기존 외부 전문가 중심의 특강을 서울시 내부 전문가들이 직접 미래 시정 전략을 설계하고 공유하는 방식으로 확대 개편한 뒤 마련된 첫 자리였다. 첫 주자로 나선 여 실장은 ‘자율주행의 미래, 서울 교통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특강에는 오 시장을 비롯한 시장단과 실·본부·국장, 현업 공무원, 서울시 산하기관장 등이 참석했다.

여 실장은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이 시민들의 이동 방식과 도로·주차 공간 등 도시 구조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짚었다. 특히 자율주행 시대가 도래한다고 해서 교통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서울시 미래특강
서울시 미래특강

자율주행 시대, 도로와 주차장이 더 필요해진다면?

현재 서울에서는 하루 약 3500만명의 통행이 이뤄진다. 교통수단별로는 지하철 44.7%, 버스 20.7%, 승용차 29.2%, 택시 3.3% 등으로, 대중교통이 전체 통행의 약 65%를 담당한다.

여 실장은 자율주행이 확산할 경우 이동의 편리성이 높아지는 동시에 차량 운행 자체가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에 주목했다.

강연에서 소개한 미국 새크라멘토 관련 2022년 자료에 따르면 자율주행 확산으로 차량 주행거리가 60%, 통행 횟수가 25% 증가하고, 늘어난 통행 가운데 빈 차 운행도 상당 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됐다.

자율주행 차량이 승객을 내려준 뒤 다음 승객을 태우기 위해 빈 차로 도로를 달리거나, 주차 공간을 찾아 이동하는 일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서울처럼 이미 도로와 주차 공간이 부족하고 대중교통 이용 비중이 높은 도시에서는 더욱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게 여 실장의 진단이다.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기술이 도시 전체의 교통 흐름과 시민 생활에 미칠 영향을 미리 따져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율주행의 첫 수혜는 대중교통이 돼야”

여 실장이 제시한 방향은 분명했다. 자율주행 시대에도 서울 교통의 중심은 대중교통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인승 공유차량을 활성화하고, 승객 없이 운행하는 공차 주행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율주행 차량의 이동과 운행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관제체계를 구축하고, 도로변 주차 관리도 체계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개인이 소유한 자율주행 차량의 이용이 무분별하게 늘어나면 교통 혼잡과 주차난이 오히려 심해질 수 있는 만큼, 개인 차량 중심의 이동보다 대중교통과 연계한 효율적인 이동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기술의 발전을 시민의 이동 편의 향상으로 연결하되, 도로와 주차 공간을 더 많이 차지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도시 차원의 관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여장권 실장이 준비한 자율 주행 차량이 다니는 미래 도시 모습 예시
여장권 실장이 준비한 자율 주행 차량이 다니는 미래 도시 모습 예시

직접 만든 강연 자료…오 시장 “외부 강사보다 더 잘했다”

여 실장은 이번 강연을 준비하기 위해 며칠에 걸쳐 직접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었다. 강연 전날에는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할 정도로 긴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강연을 시작하면서는 “아내는 말을 해도 눈을 마주치지 않는데, 시장님께서는 저의 눈을 보고 강의를 들어 너무 좋다”고 말해 참석자들에게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긴장감 속에서 시작한 강연은 호평으로 이어졌다. 오 시장은 강연 이후 마련된 단독 오찬 자리에서 여 실장에게 “외부 강사보다 더 잘했다”고 칭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강연은 서울시 공직자들이 오랜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미래 시정의 방향을 직접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외부 전문가의 지식을 듣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정을 가장 깊이 이해하는 내부 전문가들이 정책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방식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미래서울 아침특강’은 시정 핵심 가치와 서울의 미래 비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새로운 정책 통찰을 공유하기 위해 2021년 5월 시작됐다. 격주 금요일 오전 7시30분 열려 왔으며, 이번 강연으로 120회를 맞았다.

서울시는 앞으로 각 실·국장이 담당 분야의 미래 변화를 전망하고, 5년 또는 10년 뒤 서울이 준비해야 할 과제와 정책 방향을 제시하도록 할 계획이다. 부서별 현안 소개를 넘어 실·국 간 비전 공유와 협업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오 시장은 “지난 5년간 외부 전문가의 지혜와 통찰로 채워 온 ‘미래서울 아침특강’을 이제는 서울시 공직자들이 직접 서울의 미래를 고민하고 설계하는 장으로 발전시킬 때”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의 행정은 각 실·국이 가진 비전을 공유하고 협업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실·국장들이 그리는 서울의 미래를 함께 공유하며 서울이 글로벌 톱3 도시로 도약하는 동력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seouldream01@heraldcorp.com